[우크라 침공] 대도시→초원으로 전장 이동…돈바스 전투 향방은
NYT "수십㎞ 거리서 화력전 불가피"
화력 앞서는 러 유리할 수도…우크라, 서방에 장사정 무기 등 요청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북부에서의 패퇴를 설욕하려는 러시아군과 승기를 굳히려는 우크라이나군 간의 대규모 전투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개전 후 7주간 수도 키이우(키예프) 교외 등 인구밀집 지역에서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양군은 광활한 초원인 동부 '돈바스'에서 전쟁의 향방을 가를 전투를 준비 중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군 병력은 30개 대대전술단(BTG), 3만명이었던 것이 이달 들어 40개 BTG, 4만명 규모로 증강됐다.
키이우 등 북부 지역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고 철수해 재편성·재무장이 진행 중인 러시아군 병력 4만명 중 일부도 몇주내에 동부에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설 우크라이나군 병력도 최소 수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전쟁 전에도 3만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배치돼 있었고, 최근에는 키이우 등지에서 러시아군을 물리친 주력 부대들이 차례로 합류하고 있다.
허허벌판에 가까운 지형 조건과 낮은 인구밀도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벌어질 전투의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의 교전은 장애물로 가득한 거리에서 서로 근접해 벌이는 시가전이었지만, 몸을 숨길 지형지물이 없는 돈바스 지역에선 수십㎞ 거리에서 포탄을 쏘아대며 화력전을 벌이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모두 소련 시절 설계된 152㎜ '아카치야' 자주곡사포와 122㎜ '그보즈디카' 자주곡사포, 240㎜ '튤판' 자주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NYT는 이들 무기에 각각 아카시아와 카네이션, 튤립 등 꽃 이름이 붙었지만 위력은 축구장 면적에 파편을 뿌릴 수 있는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양군 모두 상대방의 측면을 잡아 포위한 뒤 포격전으로 승부를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43년에도 러시아군은 나치 독일군을 상대로 이곳에서 같은 전술로 승리를 거뒀다.
실제로 전투의 양상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화력에서 우위에 있는 러시아군에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필립 M. 브리드러브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은 "그들(러시아군)은 그들이 진정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역시 진지를 방패삼아 무방비로 다가오는 러시아군에 포격을 가할 수 있고, 다리와 도로를 파괴하거나 부비트랩을 설치해 러시아군의 기동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돈바스에서의 승리를 위해선 사정거리가 긴 무기와 다연장 로켓 등이 필요하다며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이 이달 13일 155㎜ 곡사포 18기와 포탄 4만발, M113 장갑차 200대, 대포병 레이더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몇 주내에 돈바스에서 대규모 전투가 시작돼 몇 달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는 "(돈바스 전선은) 몇 주 동안이나 전선이 움직이지 않는, 느리고 정말로 추잡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