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탈러시아' 추진하는 이탈리아…아프리카에 잇단 구애

입력 2022-04-15 20:08
천연가스 '탈러시아' 추진하는 이탈리아…아프리카에 잇단 구애

드라기 총리, 내주 콩고·앙골라 방문…가스 공급 물량 확대 논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자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자원 협력 확대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다음 주 콩고민주공화국과 앙골라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들 국가의 정상과 만나 천연가스 공급 확대 방안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블룸버그 통신에 콩고·앙골라와 각각 연간 50억㎥, 15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추가 수입하는 안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에 더해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모잠비크 방문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연간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40%(290억㎥)를 러시아산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편에 선 유럽연합(EU)을 겨냥해 천연가스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수입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 유일한 버팀목은 아프리카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인 에니(Eni)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참여해왔다는 게 하나의 연결 고리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 천연가스 공급국인 알제리 및 이집트와도 공급 물량 확대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이 동시에 천연가스의 '탈러시아화'를 추진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실제 오랫동안 알제리에서 다량의 천연가스를 수입해온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알제리산 공급 물량 확대가 자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안팎에서는 각 회원국이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경쟁하기보다 EU로 창구를 단일화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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