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시 시장 확대·공급망 안정화 효과…농수산업은 피해

입력 2022-04-15 19:44
수정 2022-04-17 22:12
CPTPP 가입시 시장 확대·공급망 안정화 효과…농수산업은 피해

실질GDP 최대 0.35% 늘고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 순수출 증가 전망

농업 연평균 853억∼4천400억원 생산 감소 예상…농어민 강한 반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우리나라가 15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하기로 공식 결정하면서 가입 시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CPTPP에 가입하면 교역·투자 측면에서 시장이 다변화되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시장 개방 수준이 높고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이 회원국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에 농수산물 수입 확대에 따른 농수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당장 농어민들은 "가입을 철회해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세계 무역 15% 차지하는 '메가 FTA'…전략적 중요성도 커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CPTPP는 당초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나머지 11개 국가가 2018년 12월 30일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11개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다.

CPTPP는 무역 규모가 2019년 기준 세계 무역의 15.2%(5조7천억달러)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다.

인구 규모로는 전 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5억여명의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CPTPP 회원국은 한국의 수출과 수입의 23.2%, 24.8%를 각각 차지하는 등 한국 교역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해왔다.

급변하는 아태 지역 통상질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CPTPP에는 지난해 영국(2월), 중국(9월), 대만(9월), 에콰도르(12월) 등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가입 신청을 했다. 향후 거대 경제권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통상 전략적 측면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TPP부터 8년 이상 가입을 검토해왔고, CPTPP의 경제적·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해 실기하지 않도록 우리의 가입 신청에 대한 대내외 여건이 마련된 시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통상조약법에 따라 CPTPP 가입 추진계획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를 진행한 후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가입 신청 후 실제 가입까지는 1∼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가입 신청을 하면 가입 협상 개시 여부를 회원국들이 결정하게 된다. 이후 협상 개시가 결정되면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데 또 시간이 걸린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내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절차가 완료돼 발효된다.

◇ 수출 시장 확보·안정적 공급망 구축 효과

정부는 CPTPP 가입 시 수출 시장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의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개방 수준이 다른 FTA에 비해 높아 상대국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25일 열린 공청회에서 'CPTPP 가입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주제 발표를 통해 CPTPP 가입 시 시장 개방에 따른 교역 확대와 생산·투자·고용 증가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3∼0.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소비자 후생 규모도 30억달러(약 3조7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FTA 미체결국인 멕시코와는 FTA를 신규 체결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FTA 기체결 국가에 대해서도 추가 시장 확보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수출 확대와 이에 따른 국내 생산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연구원은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약 7천321억∼1조981억원) 규모의 순수출 증가와 함께 1조1천800억∼1조8천200억원 규모의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 해당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 누적 인정'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회원국의 중간재 사용 시 원산지 충족이 용이해 아태 지역의 역내 공급망 강화 효과도 있다.

이 같은 원산지 누적 인정으로 중간재 수요가 역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환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러한 수출시장 확보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외에 역내 다자간 공조에 참여한다는 전략적 가치도 크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CPTPP 가입 신청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하고 아태지역 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한 걸음 나아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농수산업 피해 불가피…정부 "보완대책 충실히 마련"

그러나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도 CPTPP에 포함돼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 확대에 따른 국내 농수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 분야 경제적타당성검토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천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했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부터 어류와 갑각류 수입이 증가하면서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

이런 이유로 농어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CPTPP 가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CPTPP 저지 한국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 등 농어민 단체들은 기자회견과 궐기대회를 잇달아 열어 "역대 최고 수준의 시장개방을 지향하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농수산업 부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피해 산업 종사자와 농식품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무리하게 가입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농수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피해 보전과 함께 피해 품목 경쟁력 제고, 국내 수요 기반 확충, 구조개선, 생활 여건 향상 등 종합적 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피해보전 직불금 지원 연장과 폐업 지원 재도입, 지원조건 개선 등 각종 피해에 대한 직접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피해 품목의 생산·유통 인프라 확충과 연구개발(R&D) 확대, 금융·세제 지원 강화 등도 시행한다.

국내 수요 기반 확충 차원에서는 원산지·이력제 등 수입제도를 개선하고 먹거리 지원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제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신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산업부는 "추후 CPTPP 가입 신청을 하고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농수산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수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지원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까지 고려해 선제적으로 보완대책의 기본방향을 수립했다"며 "향후 협상이 완료되면 협상 결과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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