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 팔아야 식재료 장만" 상하이 치솟는 물가에 아우성
수급 차질 속 대리구매·판매상들 폭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5.9g짜리 금반지값이 3천186위안(약 61만원)이네요. 이걸 팔아도 식재료 한 번 장만하면 남는 게 없겠어요."
20일 가까이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의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화물 운송 통제로 수급이 차질을 빚는 데다 판매상들의 폭리, 외출을 못 하는 주민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리구매 바가지요금이 어우러지면서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굶어 죽게 생겼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한 누리꾼은 "토마토 2개, 배추 몇 포기, 계란 15개를 구매했더니 1천500위안(약 28만원)이 나왔다"며 "대리구매비 500위안(약 9만6천원)은 별도"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걸로 며칠을 버틸 수 있겠나"며 "격리보다 힘든 건 치솟은 물가이고, 더 무서운 건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살 난 아이가 있는 이웃집 식자재가 떨어졌다고 한다"며 "누가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루 식재료비 888위안(약 17만원)에 대리구매비 700위안(약 13만원)이 들었다고 전한 누리꾼은 "경제 수준에 맞게 능력껏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걱정스러운 것은 하루벌이 하는 농민공들이다. 그들에게는 최후의 한 끼가 될 수 있다"고 개탄했다.
당국이 폭리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바가지요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누리꾼은 "중개상이 500위안(약 9만6천원)짜리 채소 꾸러미 한 개를 판매해 250위안(약 4만8천원)의 이득을 본다"며 "하루 1만 개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 충밍구의 한 식재료 판매상이 5㎏짜리 채소 꾸러미를 280위안(약 5만3천원)에 온라인으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다 시장감독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하이에서 생필품 가격 담합과 가격 위반 사례 192건이 적발됐으며, 30여 건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보도했다.
위반 업소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고자 배달료를 대폭 올려 식재료 가격에 전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봉쇄된 주민들의 주문을 받아 구매해 배달해주는 대리구매자들도 턱없이 과도한 요금을 요구한다.
외출 통제를 당하지 않으려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노숙을 하는 이들은 식재료 가격의 30∼50%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식재료보다 더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통행증 발급이 엄격히 제한돼 수요는 많은 데 대리구매를 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어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리구매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만이 고조되자 상하이시가 봉쇄가 일부 완화된 방어구역의 슈퍼마켓, 약국, 편의점의 오프라인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지난 12일부터 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통제구역과 관리통제구역 내 업소들에 대해서는 온라인 영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상하이의 생필품 수급난 해소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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