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타이어가 너덜너덜…'전쟁 생명줄' 트럭 방치한 러
최첨단 '판치르 S1' 타이어 손상 포착…"우크라 진흙탕 달리다 공기압 낮아져"
군사 전문가 "트럭은 병참 핵심…러 전반적 정비 부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전쟁터에서 트럭은 병력과 물자를 보급하는 생명줄과 다름 없는데도 러시아군 트럭은 고장, 방치가 속출한다고 미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처럼 허술한 트럭 관리로 볼 때 러시아군의 병참에 차질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흔히 전쟁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탱크, 미사일, 군인 같은 게 꼽히지만 실제로는 트럭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럭이야말로 탱크, 미사일, 군인을 실어나르는 병참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터 사진을 보면 러시아군 트럭은 전반적으로 정비가 불량하거나 심각하게 고장난 상태로 추정되며, 이는 러시아가 전쟁 물자 보급에 고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계약관리처(DCMA) 출신인 트렌트 텔렌코는 "군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게 트럭에서 나온다"면서 "탱크만으로는 무기가 아니다. 탱크가 발사하는 대포가 무기인데, 이를 실어나르는 게 트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로 최근 공개된 러시아군 핵심 무기 '판치르 S1'의 사진을 들었다.
판치르 S1은 단거리 대공 미사일, 기관포 등을 싣고 다니는데, 문제의 사진에서는 판치르S1가 너덜너덜하게 손상된 타이어를 그대로 매달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값비싼 장비를 최우선 순위로 정비하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도, 사진 속 장비는 '고장 상태'에 가까웠다고 텔렌코는 분석했다.
타이어가 손상된 이유는 봄철을 맞은 우크라이나 진흙탕을 달리다가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처럼 사전 정비가 허술하다는 것은 트럭 부대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라는 증거일 수 있다고 텔렌코는 짚었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미 장군 출신인 오마르 브래들리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아마추어는 전략을 말하고, 프로는 보급을 말한다"면서 러시아군이 수십만명의 징집병 동원 등으로 전문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군 물자 보급에 이상 기류가 있다는 발언을 해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CNN에 출연한 자리에서 러시아가 "병참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고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달 9일까지도 러시아가 병참, 정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며, 결전이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동부로 병력을 재집결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심각한 징후도 포착됐다. 러시아군이 민간 트럭을 끌어다쓰고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인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러시아가 패퇴한 군용 트럭을 민간 트럭으로 대체 중이며, 이런 민간 트럭은 무거운 짐이나 특수한 장비를 싣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악조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민간 트럭은 비포장 도로에서는 작동조차 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평시에 1마일을 달리는 건 전쟁터에서는 20마일을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군 트럭이 문제에 직면한 것은 아마도 정비할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또 트럭이 첨단 무기만큼 부각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대체로 트럭에 소홀한 것 같다고 오브라이언 교수는 말했다.
그는 "과시적인 독재 군부는 종종 현란한 무기를 내세운다"면서 "그들은 화려한 전투기, 탱크를 사들이지만 덜 화려한 장비는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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