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필' 고민하는 트위터…머스크, 인수자금 조달 가능한가

입력 2022-04-15 06:04
'포이즌 필' 고민하는 트위터…머스크, 인수자금 조달 가능한가

WSJ "머스크, 대부분 재산 주식에 묶여…가능성 낮은 도박될 듯"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의 기습적인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은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 필'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매체 CNBC는 430억 달러(약 52조8천억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머스크의 제안이 알려진 14일(현지시간) 트위터가 포이즌 필을 도입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미리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들은 이를 통해 적은 돈을 들여 지분을 늘릴 수 있고, 적대적 M&A에 나선 측에선 지분 확보가 어려워지게 된다.

반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고,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들며, 무능한 경영진을 쫓아낼 수 없다는 점은 포이즌 필의 단점으로 꼽힌다.

포이즌 필이란 명칭은 과거에 스파이들이 체포될 경우 심문당하기 전 먹기 위해 독약을 소지하고 다니던 것에서 유래했다. 독약을 통해 자사 주식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논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전 사원이 참석하는 회의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들 천문학적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면 원하는 건 뭐든지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는 가능성이 희박한 도박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WSJ은 머스크의 다른 모든 행보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수 제안이 인수·합병 교범의 거의 모든 규범을 거부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에 따르면 기업 인수 희망자는, 특히 적대적 인수 희망자일 경우 현금을 손에 쥐고 등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이 인수를 지원할 은행을 등에 업고 나온다.

머스크는 2천500억 달러(약 307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세계 최고의 부호이지만 스스로 '현금이 별로 없다'(cash poor)고 밝힌 바 있다. 재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이 주식을 팔아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경우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고, 이들 회사에 대한 경영권이 약화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TED) 행사에서 "내가 실제로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난 충분한 재산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팔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는 대출이다.

테슬라는 임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의 25%까지 융자를 받도록 허용하고 있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가치가 이날 기준 약 1천760억 달러(약 216조 원)인 것에 비춰보면 그는 이론적으로 약 440억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이미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 9%를 보유한 만큼 나머지 주식을 매입하는 데에는 390억 달러만 있으면 된다고 WSJ은 분석했다.

그러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서류를 보면 머스크는 작년 8월 기준으로 이미 8천800만 주에 대해 개인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대출 한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WSJ은 무엇보다 은행이 테슬라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주식 하나만 담보로 삼아 그처럼 막대한 돈을 대출해줄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가치가 출렁이는 주식은 은행에 위험한 담보물이란 것이다.

다만 한 관계자는 머스크가 이 인수에 관심이 있을 외부 투자자들과 얘기를 나눴으며 이번 M&A에 자문을 맡은 모건스탠리가 일부 융자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반응도 회의적으로 보인다. 트위터의 주가는 이날 1.7% 하락한 45.08달러에 마감했다.

주요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이번 제안이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의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사의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사우디의 최고 부호인 빈 탈랄 왕자의 트위터 지분을 4.4%로 추정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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