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박힌 시신' 마피아 범죄 잔혹성 알린 伊사진작가 별세

입력 2022-04-14 23:40
수정 2022-04-19 13:29
'총알 박힌 시신' 마피아 범죄 잔혹성 알린 伊사진작가 별세

레티치아 바탈리아 87세로 눈감아…사진기 들고 반마피아 선봉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마피아의 잔혹성을 전 세계에 알린 전설적인 사진작가 레티치아 바탈리아가 별세했다고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바탈리아는 전날 밤 고향인 시칠리아 주도(州都) 팔레르모에서 87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는 1970∼1990년대 사진기 하나를 들고 마피아 조직에 맞선 인물이다.

시칠리아 지역 유력 일간지 '로라'(L'Ora)를 통해 1969년 이래 60만 장의 사진을 송고했는데 그 상당수가 마피아의 정치인 암살 등 잔혹한 범죄와 관련된 것이었다.

온몸에 총알이 박힌 채 사망한 시신 등 마피아 범죄 희생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정면으로 다룬 사진도 다수 있다. 그는 생전 이 모든 이미지를 "피의 기록"이라고 언급했다.

가장 많이 회자하는 사진은 1980년 1월 팔레르모에서 한 남성이 마피아의 총격을 받고 피투성이가 된 다른 남성을 안고 뛰어가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희생자는 당시 시칠리아 주지사였던 피에르산티 마타렐라이고, 그를 안은 이는 피에르산티의 친동생인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다.

피에르산티는 마피아 척결에 앞장서다 시칠리아를 거점으로 세력을 키우던 '코사 노스트라'에게 보복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동생 세르조가 정치계에 투신한 계기가 된 사건으로도 언급된다.

세 차례 총리를 지낸 이탈리아 중앙 정치계 거물 줄리오 안드레오티(1919∼2013)가 마피아 조직에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도 바탈리아의 사진을 통해서다.

1990년대 이탈리아 부패 척결 운동인 '마니 풀리테'(Mani Pulite) 당시 검찰은 안드레오티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1970년대 마피아 두목급 인사와 함께 있는 장면이 찍힌 바탈리아의 사진을 증거물로 활용하기도 했다.

바탈리아는 사진작가로 일한 20여 년 내내 살해 협박에 시달렸으나 마피아 범죄를 고발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활약상은 2019년 영국의 킴 론지노토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피아를 쏘다'(Shooting the Mafia)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레올루카 오를란도 팔레르모 시장은 "팔레르모는 우리 시대의 전범이 되는 특별한 여성을 잃었다"며 "바탈리아는 팔레르모를 마피아의 통치에서 해방한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도 "위대한 사진작가이자 위대한 이탈리아 여성"이라며 바탈리아의 죽음을 애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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