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침묵에 휩싸인 쌍용차 평택공장…노조 "매각에는 노사 따로 없다"
선목래 노조위원장 "인수기업 자금력·기술력 관건…충분히 터놓고 이야기할 것"
공장 근무 1교대로 축소하고 번갈아 가며 무급휴직…6월 말에 J100 양산
(평택=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쌍용차[003620] 노조는 13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여전히 '맨날 파업한다'는 시선이 안타깝다. 매각과 관련해서는 노사가 따로 없으며 조합원들은 자구안에 따라 열심히 'J10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13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통한 자구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며 쌍용차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해 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또다시 생사기로에 선 쌍용차는 이날 평택공장 내부를 언론에 공개하고 노조위원장 및 현장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선 위원장은 쌍용차 인수 후보의 가장 중요한 요건을 묻는 질문에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더 환영할 것이고, 향후 비전을 제시한다면 사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에디슨모터스와의 M&A 추진 과정에서 노조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에디슨모터스가 평택공장 부지(개발)와 관련해 평택시와 함께 협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등 협의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노조는 또 에디슨모터스가 본계약 체결 직전 자사 임원을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반발하며 에디슨모터스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선 위원장은 "평택공장 부지는 이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협상 조건이 된 듯하다"며 "M&A가 성사되면 노조 역시 파트너 기업과 충분히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쌍용차 노사의 강한 회생 의지에도 침묵으로 가득찬 평택공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기존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축소하고, 1천명의 생산직 직원을 500명씩 2개조로 나눠 한 달씩 번갈아 가며 무급 휴직을 하고 있는 탓에 실제로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많지 않았고, 생산 라인이 움직이는 속도도 느렸다.
쌍용차가 이날 취재진에 공개한 공장은 코란도와 티볼리 생산라인이 구축된 차체1공장과 조립1공장이었다. 쌍용차는 코란도와 코란도 이모션,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혼류 생산하고 있다.
부품 수급 문제 등의 영향으로 시간당 최대 28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조립1공장에서는 현재 시간당 22대의 차량만 만들고 있으며, 시간당 최대 생산량이 30대인 차체1공장은 1시간에 약 20대의 차량을 만들고 있다.
차체1공장의 경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직원이 많지 않았다. 육중한 로봇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바삐 움직이며 차체의 옆면과 지붕을 차례로 붙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차체를 완성했다.
도장을 거쳐 조립공장에 도착한 차체들은 엔진과 전기 장치 등 각종 부품이 탑재되는 공정과 검수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완성된 자동차로 태어나게 된다.
조립공장에 들어서자 차체를 오르내리며 묵묵히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의장라인에서는 한 차체에 네 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강상길 생산1담당 부장은 "6월 말부터 J100 등 새로운 차종이 출시되면 이전처럼 2교대 근무로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50∼100년 뒤에도 쌍용차가 존속하면서 우리만의 일자리가 아닌 후배들의 일자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J100은 오는 6월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현재는 아직 파일럿카(시험차량)만 생산 중이다.
쌍용차는 14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재매각 추진을 허가받았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 인수에는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등 6∼7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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