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로 코로나' 안 바꾸는 건가? 못 바꾸는 건가?

입력 2022-04-14 13:14
수정 2022-04-14 15:14
中 '제로 코로나' 안 바꾸는 건가? 못 바꾸는 건가?

'경제보다 방역 우선' 고수하는 시진핑 출구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김진방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천명함에 따라 당분간 중국 방역 정책의 급격한 전환은 예상키 어려울 전망이다.

시 주석은 13일 하이난성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엄중하다"며 "특히 방역 작업을 느슨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지상(至上)·생명지상을 견지하고, 외부 유입 방지 및 내부 감염 재확산 방지를 견지해야 한다"며 "과학적인 정밀함과 동태청령을 견지하고, 방역의 각 조처를 세밀하고 견실하게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태청령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봉쇄 등 고강도 방역 조치로 '감염자 0'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중앙집중적 통제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 기술과 사회주의 중국의 정책 집행 능력이 결합해 가능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유지 방침은 여러 희생을 무릅쓴 선택이다.

효과로만 따지면 가장 확실한 방역 정책일 수 있다. 국민 생명이 걸린 감염병에 대한 정책이다 보니 이견을 돌파하기가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구 2천500만명에 달하는 '경제수도' 상하이시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동태청령'이 경제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국가통계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명 관변 경제학자인 야오징위안 중국 국무원 참사실 특약연구원은 13일 내외신 간담회에서 "지금으로선 올해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줄 충격은 우한발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던 때(2020년)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한 지역 중 상하이시와 인근 저장·장수·안후이성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근접하며 광둥성이 10.9%에 달하는 상황에서 봉쇄 조치에 따른 산업망과 공급망이 받을 타격 등을 거론했다.

중국의 금융·무역 허브인 상하이는 중국 경제에서 약 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상하이는 인근 저장·장수·안후이성과 함께 창장삼각주 경제권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상하이에 금융·물류·교통·마케팅 기능이 집중된 가운데 인접한 성들이 제조업 기지로서의 배후 역할을 나눠맡고 있다.

융통성 없는 방역 정책이 낳는 인도주의적 문제들도 간과할 수 없다.

신장 기저질환이 있는 98세 모친이 코로나 핵산(PCR) 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상하이의 병원 응급실 앞에서 4시간 동안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졌다고 밝힌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의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시 봉쇄에 따른 외출 금지로 인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제대로 다닐 수 없다거나 해열제 등 긴급한 약품 또는 물품을 제때 구할 수 없다는 등 의 호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동태청령'을 포기했을 때 닥쳐올 문제들을 감안하면 이런 '희생'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80세 이상 노인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중증환자 진료 시설이 충분치 않은 터에 감염이 확산하면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논리는 고강도 방역의 강력한 명분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연일 제로 코로나 정책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쑨춘란 부총리는 13일 상하이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연구회에 참석해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은 복잡하고 심각하다"면서 "조기 발견, 검진, 보고, 치료 등을 중심으로 한 동태청령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4일자 논평을 통해 "동태청령이 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라며 "믿음을 가지고 정책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하이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상하이는 노령화가 심한 도시"라며 "상하이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편다면 노약자의 사망과 중증 질환자 증가 등 피해가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방역의 '정치화'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의 감염 폭발과 대비하며 최대의 치적으로 홍보해온 방역 성과가 퇴색돼선 안 된다는 정치적 동기가 제로 코로나 고수에 깔려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방 관리들이 방역 실패를 이유로 경질되는 상황에서 민생과 경제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방역보다는 확진자 수를 단기간에 최소화하는 쪽에 중앙과 지방 정부의 방역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문제 제기가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향후 고강도 방역에 따른 경제 타격이 방역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상쇄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매체 제일재경이 13일 푸젠성 샤먼시가 입국자 시설격리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줄인다는 보도를 해 관심을 모았다.

이 보도는 방역 정책 완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에서 주목받았으나 14일 포털에서 삭제됐고, 현재는 제일재경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일재경은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기사에서 이번 조치는 시험적으로 4주 동안만 실시되며, 언제든 중간에 중단될 수 있다고 썼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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