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대형은행, 18세기 노예무역 연루 사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네덜란드의 한 대형은행이 18세기 노예무역에 관여한 데 대해 사과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은행의 전신이 저지른 과거의 행실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ABN암로는 2010년 인수·합병한 호프앤코(Hope&Co) 등 2곳이 과거 노예무역 관련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가디언은 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과 그에 따른 흑인 인권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영향으로 은행이 이런 조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여러 기관이 스스로 과거 노예무역에 연관됐는지 자체적 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ABN암로는 암스테르담 소재 기록보관소인 '국제사회사연구소'(IISH) 측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노예 관련 업무는 18세기 말 네덜란드 최대 금융·상업기업이었던 호프앤코의 핵심 사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BN 암로가 인수한 또 다른 회사는 노예선이나 노예무역 물품 교역과 관련한 보험 중개 업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베르트 스바크 최고경영자(CEO)는 "ABN암로는 3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거기엔 그늘진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노예제는 폐지됐지만, 과거의 부당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1863년에야 노예무역을 폐지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