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쟁으로 세계 식품·에너지·금융 3중위기…17억명 위협"

입력 2022-04-14 11:44
유엔 "전쟁으로 세계 식품·에너지·금융 3중위기…17억명 위협"

IMF·세계은행·WTO도 식량안보 대책 촉구

옥스팜, 세계 극빈 인구 연말 2억6천만명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자재·금융시장에 미친 여파로 전 세계 17억명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유엔이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유엔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이미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식품과 에너지, 금융 등 '3차원 위기'를 거론했다. 세계적으로 식품·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은 더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3가지 위기 가운데 하나 이상에 '심각하게 노출된' 사람은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지 107개국에서 17억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억5천300만명은 이미 빈곤층이며 2억1천500만명은 영양 결핍 상태다.

유엔은 "개발도상국들은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재앙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식품·에너지·금융 등 3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닥친 '퍼펙트 스톰'에 현저히 노출된 사람들이 69개국 12억명이라고 추산했다.



유엔 보고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세계의 '빵 바구니'로 칭하면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연초보다 30%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두 나라에서 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36개국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비료 사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곡물 시장의 혼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비료 부족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 전망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는 세계 비료 수출의 20.4%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일부 국가가 식량 수출 금지 등 무역 제한 조치를 도입하면 도미노 효과로 재앙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에너지 시장에서는 석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장기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탄소 저감 노력에 역행해 화석연료 투자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외국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을 가속하는 2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또한 세계 부채 위기가 임박했다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전에도 이미 개발도상국들은 수출 금액의 평균 16%를 대외채무 상환에 썼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전망으로 개발도상국의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상승 추세를 보였으며, 전쟁 이후 더욱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으로 식품·에너지·금융의 3차원 위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 많은 개발도상국 경제를 황폐화할 위험이 있는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이날 기자들에게 말했다.

유엔 보고서는 식품·에너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장하고 국제 금융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함께 성명을 내고 각국이 식량 안보를 위해 공동 행동에 긴급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각국 정부가 식품이나 비료의 수출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MF 등은 비료 가격 급등이 주요 농산물 생산·수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세계에서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이 연말까지 2억6천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이들은 하루 1.9달러(약 2천300원) 이하로 살아간다.

보고서는 식품 가격 급등으로 인해 극빈층이 6천50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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