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선도하는 현대차그룹…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아이오닉5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전기차로 세계 권위상 휩쓸어
정의선, 전용플랫폼 등 전기차 투자·개발 직접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아이오닉5와 EV6가 잇따라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는 등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차에서는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며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정의선 회장의 '퍼스트무버'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오토쇼와 함께 열린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WCOTY)에 선정됐다.
아이오닉5는 이 밖에도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까지 거머쥐며 월드카 어워즈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휩쓸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가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아[000270]의 전용 전기차 EV6도 올해 2월 '2022 유럽 올해의 차'(Europe Car of the Year·ECOTY)로 선정됐다.
자동차업체에는 최대 영예인 '올해의 차' 상은 세계와 북미, 유럽지역에서 각각 수여되는데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내세워 3개의 상 중 2개를 석권한 것이다.
특히 아이오닉5는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에 선정된 데 이어 '2021 IDEA 디자인상 금상',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까지 수상하며 현재까지 출시된 전 세계 전기차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V6도 ECOTY에 더해 '아일랜드 올해의 차',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영국 매체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 오버','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최우수상 및 본상' 등을 거머쥐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도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본상'을 받으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성과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든다며 조롱을 받았던 현대차그룹이 이같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게 된 데는 전기차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 되겠다며 적극적으로 투자와 개발을 이끈 정의선 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전기차 개발이 한창이던 2018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는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성능과 가치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인력과 조직 변화도 추진하자고 직원들에게 제안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의지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공적 개발과 출시로 이어졌다.
비록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반발이 나왔지만 정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전용 플랫폼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회장은 높은 비용 때문에 다른 경쟁업체들이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신기술을 E-GMP에 적극적으로 탑재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과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급속·초급속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충전시스템', 승차감과 핸들링은 향상하고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4WD와 2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전기차 감속기 디스커넥터' 등도 이러한 경로로 개발됐다.
정 회장은 디자인도 전기차의 핵심 요소로 보고 직접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EV6는 개발 당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너무 앞서간다는 일부 고객의 반응이 있었지만 정 회장은 이러한 디자인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EV6는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와 독일 레드닷 등 국제 산업디자인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정 회장은 차량의 전동화가 기후변화 대응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전기차의 친환경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탄소 감축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배터리 리사이클 프로세스 구축 등을 추진 중인 것도 이런 친환경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의 효과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천719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톱5'권에 진입했다. 또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대비 73% 증가한 7만6천801대를 팔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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