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폴란드·발트3국 정상, 민간인 학살 현장서 "테러 행위"

입력 2022-04-14 08:36
수정 2022-04-14 10:02
[우크라 침공] 폴란드·발트3국 정상, 민간인 학살 현장서 "테러 행위"

키이우 방문해 젤렌스키와 회동…러 규탄·국제사회 지원 호소

젤렌스키, 독 대통령 키이우행 '퇴짜설' 부인…"공식 문의 온 적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는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민간인 학살 의혹이 불거진 도시를 방문해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 대통령은 기차를 통해 러시아군에 점령됐던 인근의 보로단카를 방문했다.

이후 키이우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이들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해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 지지를 호소했다.

두다 대통령은 "전투기·군부대를 보내 주거지역을 포격하고 민간인을 죽인다면 전쟁이라 할 수 없다. 잔학행위고 강도질이며 테러 행위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범죄를 저지른 군인뿐 아니라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도 지적하는 것"이라며 "이들 모두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레비츠 대통령은 "각종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우리 의무"라고 말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전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카리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전쟁에서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에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행위를 겨냥해 처음으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거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이면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이들 국가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안보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네 지도자는 항상 우리를 보호하고 지지해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 대통령의 방문을 자신이 거절했다는 소식과 관련해서는 공식 문의가 온 적 없다고 밝혔다.

dpa통신에 따르면 전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들 정상과 함께 키이우 방문을 추진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치 않아 무산됐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일간 빌트를 인용해 그가 취임 전 독일의 대러 외교를 책임지며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1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rbb 라디오방송에 우크라이나 측 '퇴짜'에 당혹스럽다며 "우크라이나에 제대로 된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난 9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이우 도심을 활보하고,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도 같은 날 러시아군 장악 후 민간인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부차와 키이우를 방문하고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회동하는 등 최근 키이우에는 서방 정상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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