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사들, 빅테크 잡는다…'공동브랜드·통합앱' 승부수
'삼성금융네크워크'에 '모니모' 장착해 2천만명 고객 수성 총력전
지주사 없는 삼성 금융사들, 디지털시대 불가피한 선택 분석
은행 없어 고객 확장에 한계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금융업에서 빅테크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레거시(Legacy) 금융의 강자 삼성 금융사들이 힘을 모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공동 브랜드로 전방위적인 전선을 형성하고 계열사 통합 앱으로 2천만명이 넘는 삼성의 금융 고객을 지키면서 네트워크 효과로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5개 삼성 금융사들은 삼성전자처럼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 협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이달 들어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5개사의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를 지난 12일 선보인데 이어 삼성 금융사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 '모니모'를 이날 출시한다.
삼성에는 금융 지주사가 없다. 하지만 맏형격인 삼성생명을 필두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급속히 잠식해가는 금융권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금융사들의 공동 이름으로 사회공헌 사업 등을 하는 등 금융사간 협력의 명맥을 유지해왔다"면서 "이번 공동브랜드와 통합 앱은 그런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각사의 역량을 합쳐 삼성이 금융업을 주도하겠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는 없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빅테크의 파상 공세를 막아야한다는 공감대가 삼성 금융사들을 서로 뭉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디지털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 금융사들은 대형 은행이 없음에도 당기순이익 4조원을 돌파하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에 필적할만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디지털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틀이 바뀌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에 파고들면서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나감에 따라 삼성 금융사들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 삼성화재가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해 무서운 경쟁자로 부상한데다 카드, 증권 또한 빅테크 및 핀테크 진입의 문턱 낮추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나머지 금융 계열사는 교체와 승진으로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
아울러 삼성 금융사 경영진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디지털 시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구체적인 첫 대응이 공동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 출범이다.
특별한 현안이 있을 때만 '삼성 금융'으로 뭉쳤던 삼성 금융사들이 기업 이미지도 금융 공동 브랜드에 맞춰 개편하며 명실공히 '원팀'으로 나서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표했기 때문이다.
삼성 금융 통합플랫폼 '모니모'는 생명, 화재, 카드, 증권, 자산운용 등 각 계열사의 금융 서비스를 한 앱에서 이용할 수 있어 삼성이라는 간판 속에 실속까지 다진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카드가 통합 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맡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이 공동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을 분담해 명실공히 삼성 금융사의 협업 결과물인 셈이다.
모니모에는 자산조회, 금융 팁, 무료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와 내 차 시세 조회, 신차 견적, 부동산 시세 조회 등 삼성 금융사의 각종 콘텐츠가 모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삼성 금융사 고객 수를 모두 합치면 2천만명이 넘기 때문에 단숨에 초대형 금융앱이 등장하는 셈이라 모든 금융사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은행이 삼성 금융사에 없기 때문에 고객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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