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력시위 속 대만 핵무장론 다시 '고개'…"비밀유지가 중요"
전 대만 국방대 석좌교수 "현상 유지 전제로 핵무기 개발 나서야"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잇단 무력 시위로 대만해협 주변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 일각에서 핵개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랴오훙샹(廖宏祥) 전 국방대학 명예강좌교수(석좌교수)는 중국이 대만과의 전쟁 발발 시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핵무기 개발 필요성을 제기했다.
랴오훙샹은 그러면서 중국군이 지금까지 대만을 무력 침공하지 않은 것은 대만해협을 건너 상륙작전을 전개하는 군사적 역량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대만해협이라는 '천연 방벽'의 장점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만이 중국의 무력 위협에 굴복해야 한다며 현상 유지라는 전제 아래 대만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랴오훙샹은 중국이 1964년 첫 핵무기 실험을 마친 후 어떠한 경우에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대만의 경우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앞서 전(前) 유엔 경제사회담당 사무부총장이었던 사주캉(沙祖康)은 중국 외교부 군축문제 관할부서인 군공사(軍控司) 사장(司長) 시절인 1999년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 만큼 이런 약속은 대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랴오훙샹은 대만의 경우 3∼4개월이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측의 전망을 예로 들면서 외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대만이 최소한 1년이면 핵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비밀 유지라고 강조했다.
랴오훙샹은 1988년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 장셴이(張憲義) 핵연구소 부소장(대령)이 대만의 핵 개발 관련 문서와 자료를 미국에 모두 공개하면서 미국에 의해 영구 폐기 조치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비밀 유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핵무기 탑재용 장거리 미사일의 미비와 관련해서는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단·중거리 미사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전략적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훙샹은 모든 국가들이 국익을 위해 국방 전략 등을 수립한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대만도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면 국제무대에서 일시적인 압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만의 생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훙샹의 핵무기 개발론은 대만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대만은 지난해 12월 국제규범에 따라 핵무기 관련 생산, 개발, 획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 정책'을 재확인한 바 있다.
당시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입법원(국회)에서 이런 입장을 재천명했다.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핵무장에 나설 경우 수반되는 긴장 고조 등의 부담 대신에 미국의 '핵우산' 보호라는 실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한편 대만 국방부는 전날 젠(殲·J)-16 전투기 2대, 윈(運·Y)-8 전자전기 1대, 즈(直·Z)-9 대잠헬기 1대 등 중국 군용기 4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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