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와 함께 십자가 지는 '성금요일 예식'에 우려 표명
주교황청 우크라 대사 "실현되기 어려워"…사실상 거부 뜻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성금요일(15일) '십자가의 길' 예식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출신 가족이 십자가를 함께 지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겠다는 교황청 계획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우려의 뜻을 표했다.
안드리 유라시 주교황청 우크라이나 대사는 12일 트위터에 "양국 가족이 함께 십자가를 지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에서, 많은 다른 공동체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이해하고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점과 그것이 실현됐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를 (교황청에)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썼다.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맥락상 교황청의 예식 계획을 완곡하게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교황청은 성금요일인 15일 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례로 로마 콜로세움에서 거행될 '십자가의 길' 예식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족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십자가의 길 예식은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진 채 골고타 언덕에 이르기까지 14가지의 중요한 사건을 짚어보며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대표적인 '신심 행사'다.
교황청이 공개한 예식 일정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족은 예식의 절정이자 가장 엄숙한 순간으로 꼽히는 열세 번째 사건, 즉 예수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져 성모 마리아에게 건네지는 일을 묵상하며 함께 십자가를 옮기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참혹한 전쟁의 조기 종식과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입장 표명에 대해 교황청은 공개적으로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교황청이 현재의 예식 계획을 강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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