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스위스 문신 시술자 뒤에 자산 숨긴 푸틴 측근 재벌
타인 명의 역외 페이퍼컴퍼니 통해 부동산 소유·수천억원 자금 거래
미·영·EU가 제재한 케리모프…"진짜 제재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줘"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BBC 등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타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명목상 회사) 뒤에 숨어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거액의 금융거래를 한 사례를 들며 제재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술레이만 케리모프(56)는 스위스 문신 시술자와 회계사 등의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런던과 프랑스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7억달러(약 8천600억원) 규모 금융거래를 했지만 정부와 은행들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BBC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올리가르히 등의 금융거래 등을 조사하는 '판도라 페이퍼스 러시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케리모프 사례를 보도했다.
케리모프는 러시아 최대 금 채굴업체인 '폴류스'를 소유한 올리가르히이자 상·하원에서 모두 활동한 '이너서클'이다. 2월엔 다른 올리가르히들과 함께 푸틴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선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으며 올해는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BBC는 11일(현지시간) 케리모프가 스위스 회계사인 알렉산더 스투드할터를 통해서 런던과 프랑스 부동산을 소유했다고 밝혔다.
BBC가 열람한 프랑스 법원 비밀문서에는 케리모프와 가족들이 프랑스 남부 앙티브 저택 등의 실소유주라는 증거들이 나온다.
이 저택 등의 부동산은 공식적으론 스투드할터가 페이퍼컴퍼니 스위루 홀딩을 통해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법원에는 이 스위루 홀딩의 실제 소유주가 케리모프와 그의 조카라고 적힌 3개 은행의 서류가 제출됐다. 여기엔 게리모프와 조카, 스투드할터의 서명도 있다.
스투드할터는 은행 서류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7년 이 저택 거래와 관련해서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케리모프를 체포했지만 이후 프랑스 항소법원은 기소를 취소한 상태다.
BBC 등은 또 케리모프가 런던 호화 저택도 스위루 홀딩이 보유한 역외 회사를 통해 2005년 2천100만파운드에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3천만파운드를 들여 대대적으로 개보수를 하고 2013년 영국 내 동종 부동산 중 최고가인 8천만파운드에 매각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실제 소유주가 케리모프라는 사실은 층층이 얽힌 역외 기업들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고 BBC는 말했다.
이와 함께 BBC는 케리모프가 문신 시술자 레나토 코포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 플레처 벤처스를 통해 3억달러 이상의 자금 이체를 했다고 보도했다.
플레처 벤처스는 실제론 스위루 홀딩이 관리하는 회사다.
플레처 벤처스가 2013년 LT 트레이딩이란 회사에 1억달러를 보내자 미국 은행 BNY 멜론은 이를 수상한 거래로 보고 미 재무부에 보고한 뒤 추적했지만 케리모프를 찾아내지 못했다.
LT 트레이딩의 실소유주는 케리모프의 조카이고 역시 스위루 홀딩이 관리했는데, 당시 BNY 멜론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국의 청과회사라고 잘못 파악해서 실마리를 놓쳤다.
이렇게 수상한 금융거래로 신고된 금액이 2010∼2015년 총 7억달러였지만 아무도 케리모프와 연결고리를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범죄와 안보 연구 센터(Center for Financial Crime and Security Studies)의 톰 키틴지 국장은 요트를 압류하는 수준을 넘어서 러시아 재벌들을 진짜로 제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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