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커지는 화학무기 사용 우려…시리아 사례를 보니

입력 2022-04-12 21:39
[우크라 침공] 커지는 화학무기 사용 우려…시리아 사례를 보니

시리아 내전 화학무기로 민간인 다수 희생…"푸틴의 저항세력 축출 전략"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가 화학무기 등 금지된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방은 전쟁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자 화학무기가 사용된 시리아 내전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무인기(드론)에서 정체불명의 물질이 떨어졌고, 이후 시민들이 호흡 곤란과 거동 장애를 겪었다고 아조우 연대는 설명했다.

이는 2017년 4월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화학무기 미사일 공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목격자들은 전투기들이 미사일을 발사했고, 폭발 지점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연기에 노출된 사람은 거품을 물고 호흡 곤란, 마비 증세를 보였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들 포함해 최소 80여명이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때 사용된 무기가 염소나 사린 가스로 추정했다. 사린 가스는 독성이 강해 흡입·피부 접촉으로 수 분 안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은 이 공격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이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정황은 수도 없이 드러났다.

화학무기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알아사드 정권이 2017년 사린, 염소가스를 사용해 화학 무기 공격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13년에만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약 1천400명이 사망했다.

2013년 다마스쿠스 인근 마을에 사린 가스가 살포돼 280여명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얀 헬멧'과 같은 구호단체는 시리아 정부군이 격전지 알레포에서 화학무기인 염소가스 폭탄을 투하한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나 포위 작전 등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벌이는 작전과 유사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러시아는 2016년 시리아 내전이 치열했던 알레포의 주거지역에 화학무기 일종인 염소가스를 살포함으로써, 4년간 끈질기게 저항하던 반군을 축출한 전력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어 시리아 내전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고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후 화학무기 사용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무기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보도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전에서 화학무기를 쓸 경우 염소나 암모니아 가스를 살포한 뒤 산업재해로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화학무기 사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도 자국의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한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를 사용해 그 여파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미칠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SNS에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을지 모른다'는 보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동맹국들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러스 장관은 이어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번 전쟁의 긴장은 고조될 것이며 우리는 푸틴과 그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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