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유니세프 "우크라 어린이 3명중 2명 피란길"
유엔 안보리서 증언 속출…"국경 지대엔 여성 인신매매 우려"
"러, 어린이 12만1천여명 데려가 강제 입양 추진"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우크라이나 어린이 중 거의 3분의 2가 러시아 침공 이후 집을 떠나 피란민 신세가 됐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방문 결과 전체 어린이 750만명 중 480만명이 단기간에 피란길에 올랐다면서 "이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1년 동안 인도적 지원에 몸담아왔으나 이 정도로 급작스럽게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처음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은 집, 학교, 심지어 가족마저도 등 뒤로한 채 떠나야 했다"면서 "부모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아이를 안전하게 하려고 애썼는지 들었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없어서 슬픔에 빠져야 했다"고 말했다.
피란 중인 어린이 중 280만명은 우크라이나 안에 있고, 200만명은 다른 나라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을 떠나지 않은 어린이라고 해도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학교, 교육 기관 수백 곳이 공격받았거나 군사용, 대피용으로 쓰이는 탓에 아이들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 세르게이 끼슬리쨔도 이날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12만1천여명을 강제로 데려갔으며, 심지어 부모나 친척이 있는 아이까지도 입양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어린이는 대부분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 도시 마리우폴 출신이며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를 거쳐 러시아 타간로크로 옮겨졌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 측도 이런 얘기를 듣기는 했으나 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승인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여성도 성폭행을 포함한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증언이 속출한다고 유엔 여성 기구 관계자가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근 국가인 몰도바 경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10대 소녀와 젊은 성인 여성을 노린 인신매매 위험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여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소집됐다.
주유엔 미국 대사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남성들이 전쟁을 일으켜 여성과 어린이가 피란길에 오르고 다치고 성폭행을 당하고 학대를 겪으며 목숨을 잃는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함께 이날 회의를 요청한 알바니아 대사도 "러시아가 매일 같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다"며 "그들은 민간인을 불태우고 시신을 내던지며 놀이터를 공격하고 학교를 조준 사격해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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