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외국인 혐오 폭력 용납 안할 것"

입력 2022-04-11 23:42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외국인 혐오 폭력 용납 안할 것"

지난주 요하네스버그 근교서 짐바브웨 출신 살해돼 불태워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외국인 혐오에 따른 폭력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웹사이트에 올린 주례 대국민 편지에서 지난주 짐바브웨 출신 남성이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북부 타운십(흑인 집단 거주지) 딥슬루트에서 자경단으로 보이는 무리에 의해 살해돼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

외국인을 겨냥해 '두둘라'(축출)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하는 자경단은 최근 수개월 동안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외국인 고용 사업체에 합법적 근로 허가증 등을 제시하라고 임의로 요구하고 있다. 체류증이 없으면 노점을 폐쇄하거나 심할 경우 이같이 잔혹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체류증을 임의로 제시하라는 것은 과거 백인 소수정권이 흑인들을 상대로 '돔파스'라는 통행증명서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적인 소행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정권은 백인 거주 구역에 보이는 흑인에게 통행증 검사를 하고 통행증이 없는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수감했다.

그러나 민주화 후 25년 전 발효된 새 헌법에 따르면 남아공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거주하는 모든 이에게 속하고, 취업 허가증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인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라마포사 대통령은 설명했다. 설령 체류 허가증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민간이나 자경단이 아닌 경찰의 업무라는 것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외국인 혐오증을 정치적 목적으로 부추기는 정치인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특히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태는 더더욱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짐바브웨, 모잠비크,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 등에서 온 사람들에게 대한 폭력을 용인하면 내일은 그 분노가 서로를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초 한 주말 사이에만 딥슬루트에서 범죄로 7명이 숨져 항의 시위가 발생한 것과 관련, 범죄를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리지 말고 함께 대응해나가자고 제언했다.

남아공은 현재 역대 최대치인 35%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어 특히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을 실업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정서가 흑인 집단구역인 타운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외국인 혐오증으로 인해 여러 명이 숨진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