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EU, 러시아산 원유에 칼 꺼내 들까…논의 본격화
11일 EU 외교장관회의 안건으로 원유 금수 문제 포함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러시아의 가장 큰 '돈줄'인 원유 제재에 대한 유럽의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앞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11일 소집되는 EU 외교장관 회의에 러시아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방안이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지금까지 EU가 취한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줬지만, 추가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단계적으로 수입량을 줄이는 방안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원유 대금을 러시아 정부에 직접 지불하지 않고 별도의 계좌에 예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EU 회원국은 하루에 8억 유로(한화 약 1조670억 원) 상당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한다.
EU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향해 다섯 차례에 걸쳐 제재안을 내놨다.
그러나 러시아의 가장 큰 수입원인 원유와 천연가스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러시아 원유는 EU 전체 원유 수입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일부 EU 회원국 정부는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가 시행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권자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도 러시아산 원유 금수 논의 진행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적된다.
WSJ에 따르면 일부 EU 관계자들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논의가 프랑스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오는 24일 대선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논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WSJ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대한 EU의 논의가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주장하는 반면, EU 회원국 중 가장 경제력이 큰 독일이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독일도 지난달 말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에 착수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EU가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EU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 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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