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셀프 소환투표'서 예상대로 생존(종합)
저조한 투표율 속 90%가량이 대통령 지지…투표율 17∼18%에 그쳐 구속력 없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지속 여부를 묻는 '셀프 국민 소환투표'에서 예상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다만 대통령 적극 지지층 중심으로만 투표에 참여한 탓에 투표율은 유효 기준인 40%에 한참 못 미쳤다.
10일(현지시간) 투표 종료 후 멕시코 국가선거관리위원회(INE)가 발표한 신속 개표 결과에 따르면 투표자의 90.3∼91.9%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임기를 계속하는 쪽에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대통령을 중도에 소환해야 한다는 응답은 투표수의 6.4∼7.8%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신속 개표 결과는 선거관리 당국이 투표소별 표본 개표를 통해 추정한 결과치로, 신뢰 수준은 95%다. 현재 40%가량 진행된 실시간 개표의 결과도 신속 개표 결과와 유사하다.
멕시코 선거에선 개표가 완료돼야 투표율도 확인할 수 있는데, 투표율은 최저 17%에서 최고 18.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INE는 밝혔다.
국민투표 결과가 구속력을 가지려면 투표율이 40%가 넘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투표 결과는 사실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투표 전에 투표율과 관계없이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투표는 대통령 6년 단임제인 멕시코에서 역사상 처음 치러지는 대통령 소환 투표라는 점, 그리고 소환 투표를 추진한 주체가 다름 아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을 것이라고 후보 시절부터 약속했다.
야권은 불필요한 '정치 쇼'라고 비판했고, 예산 문제로 대통령과 선거관리당국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투표를 관철했다. 이번 투표엔 7천800만달러(약 958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투표율과 압도적인 재신임은 투표 전부터 일찌감치 예측된 결과다.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다 열성 지지층 위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대통령이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셀프 소환투표'에 나랏돈과 인력을 낭비한다고 비판하면서 소환 찬성 투표보다는 투표 자체 보이콧을 유도했다.
이 때문에 투표 결과보다는 투표율 자체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투표율은 예상대로 높지 않았으나 여당은 투표 승리를 자축했다.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마리오 델가도 대표는 신속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이 투표가 우리 당과 대통령의 세력을 측정하는 시험대라고 말한다면 당과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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