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외화 환전 의무화에 "한국 기업 예외 인정해달라"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군정 외교부에 공문 보내 협력 요청
한인봉제공장 "앉아서 10% 환율 손해"…일본·싱가포르도 공문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쿠데타 군정의 외환 환전 의무화 조치와 관련해 한국 기업을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10일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이번 조치가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큰 타격을 줘 기업 활동, 향후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우리 기업·교민을 예외로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보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이달 3일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벌어들인 모든 외화는 은행을 통해 하루 이내에 미얀마 짯화로 바꿔야 한다는 환전 의무화를 발표했다.
외화가 필요하면 외국환관리위원회(FEMC)의 승인을 받아 중앙은행을 통해 교환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처벌된다.
군정의 일방적인 외환 정책에 한국을 비롯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미얀마 수출의 주축을 담당하는 봉제공장을 다수 운영하는 한인 업체는 달러로 받은 수출 결제 금액을 하루 이내에 미얀마 정부가 정한 '불리한' 환율로 강제로 짯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은행이 정한 환율은 시장환율과 비교해 10% 정도 차이가 나는 탓에 기업은 고스란히 이 환율 차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미얀마에서 10년째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 한인 사업가는 연합뉴스에 "봉제 제품을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시장보다 낮은 환율로 강제로 바꿀 수밖에 없어 가만히 앉아서 10% 정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역시 이번 외환 조치로 어려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입한 상품을 팔아 짯화를 받고 그 돈으로 달러를 매입해 다시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이제는 달러 매입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90년대 말부터 한국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또 다른 한인 사업가는 "2001년에도 똑같은 조치가 있었다. 당시 외국환관리위원회에 짯화를 입금하고 달러 매입을 신청하면 6개월씩 걸렸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사회간접자본(SOC)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일본과 미얀마 내 투자가 활발한 싱가포르도 대사관을 통해 유사한 '예외 인정' 공문을 각각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 호주 상공회의소가 이번 강제 환전 조치가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것은 물론 무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얀마는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심각한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군정은 달러화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국, 태국과 국경 무역에서 중국 위안화와 태국 밧화가 통용될 수 있도록 했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가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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