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위기' 스리랑카, 정권 퇴진 시위 확산
부활절테러·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민생고 악화
대통령실 측은 퇴진 완강히 거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경제난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에서 주말을 맞아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0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 수천 명의 시민이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주요 도로 등에 집결해 국기와 현수막을 들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한 뒤 하야를 요구했다.
현수막에는 "라자팍사는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뭉친 젊은 층이 이날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에 동참한 변호사 타크실라 자야싱헤(35)는 "2019년 대선에서 라자팍사를 내 손으로 뽑았다"며 "우리 국민이 지금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콜롬보 북부의 순교자 묘지에서는 가톨릭 사제와 수녀, 신자 수백 명이 집회를 열고 라자팍사 정부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있으며 2019년 발생한 '부활절 테러' 배후도 밝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2019년 4월 21일 부활절 아침, 콜롬보 시내 가톨릭 성당과 호텔 등 전국 8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져 270여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의 대주교 말콤 란지스는 "오늘날 국가는 거대한 변화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며 "모든 국민이 함께 모여 새로운 변화를 이루길 촉구한다. 다 같이 그들(내각)에게 떠나라고 말하자"고 연설했다.
이처럼 라자팍사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 측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고 대외 채무가 많은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부활절 테러,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크게 타격을 입었다.
외화 부족으로 식품, 의약품, 종이 등 필수품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가 악화일로다.
스리랑카 정부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화보유고는 19억3천만달러(2조4천억원)에 불과하지만,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8조6천억원)에 달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등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IMF는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를 매우 우려한다"며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위해 스리랑카 재무부,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실무협상을 시작했다"고 전날 밝혔다.
알리 사브리 재무장관은 연료와 의약품 등 필수품 공급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30억 달러(3조7천억원)의 대외원조가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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