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금융, 정부지분 36%에도 감사 안받아…금감원 검사도 전무"

입력 2022-04-10 06:03
"성장금융, 정부지분 36%에도 감사 안받아…금감원 검사도 전무"

강민국 의원 "산은·기업은, '낙하산'·예산 거수기 역할"

성장금융 "정부 감사대상 아니다…검사 미실시, 자산운용업계 공통 상황"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막대한 재정과 정부기관 출자금이 투입된 한국성장금융이 현재까지 정부·출자기관의 감사나 금융당국의 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산업은행 등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사(이하 한국성장금융)의 주주는 사모펀드인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지분율 59.21%), 한국증권금융주식회사(19.74%), 산업은행(8.72%), 중소기업은행[024110](7.40%), 은행권청년창업재단(4.93%)으로 구성됐다.

최대주주인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가 각 3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사모펀드다.

이 가운데 예탁결제원은 올해 1월 해제 전까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공기관이었으며, 해제 후에도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른 공공기관이다.

강민국 의원은 "한국성장금융 전체 지분 가운데 정부기관의 지분은 예탁결제원 19.74%, 산업은행 8.72%, 기업은행 7.40%를 합쳐 총 35.86%에 해당한다"며 "한국성장금융 전체 지분의 과반을 펀드가 보유해 민간회사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주주 구성과 역할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산하기관으로 봐도 하등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은행(3조1천951억원)과 중소기업은행(9천300억원)이 한국성장금융에 출자한 약정액은 4조1천251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성장금융 운용 펀드 6조3천623억원의 64.84%에 해당한다.

한국성장금융의 지분을 정부 기관이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국책은행이 전체 운용펀드의 약 65%를 출자했는데도, 한국성장금융은 금감원과 출자 국책은행으로부터 감사 등 금융감독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 의원은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한국성장금융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지에 관해 "금융감독 권한이 없다"며 "한국성장금융은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로서 그에 대한 감독권한은 금융감독기관이 보유한다"고 강 의원실에 답변했다. 금융감독기관은 금감원을 가리킨다.

그러나 법적으로 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도 한국성장금융 설립 후 올해 2월까지 만 7년간 검사에 나서지 않았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검사는 5~6년 주기로 돌아온다.

금감원은 "그간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사태 또는 비시장성 자산 과다 운용사 등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을 우선해서 검사했다"고 검사 미실시 사유를 제시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강 의원은 "정부 지분이 가장 많고 운용펀드의 절반 이상을 국책은행 출자로 조달한 한국성장금융에 대해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검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또, "16%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4조원 이상 출자금을 내고도 정부에서 내려온 임원 선출안과 예·결산 의결에 주총 거수기 노릇만 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한국성장금융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고 공공기관 지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앞서 작년 9월 한국성장금융은 임시주총을 열어 임원(투자운용2본부장)에 관련 경력이 없는 전 청와대 행정관을 선임하려다 취소했다. 지난달 정기주총에서는 대표이사 등 이사 5명 선임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정권 교체기 '알박기' 인사 논란에 따라 안건에서 제외했다.



한국성장금융은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국성장금융은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탁결제원 출자액을 합쳐 정부 지분이 36%라는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예탁결제원은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일 뿐 한국성장금융의 주주가 아니다"며 "펀드 투자자가 펀드의 투자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검사 미실시에 대해 한국성장금융은 "사모펀드 사태의 영향으로 금감원의 검사 일정이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는 한국성장금융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전반이 동일한 상황으로 안다"며 "봐주기나 특혜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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