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복싱 영웅의 투혼…"부패한 독재자 아들 대통령은 안 돼"
파키아오, 마르코스 후보 직격…"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부패 때문"
"중국, 영해 침범시 강경 대응…미국 동맹 중시" 강조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대선 주자인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3) 상원의원이 유력 후보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을 겨냥해 "부패한 후보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마르코스를 지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필리핀이 직면한 문제들의 근원은 부패"라면서 "시민들이 부패로 얼룩진 후보를 향해 투표를 해야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필리핀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우리의 지성은 어디로 간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의 아버지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횡령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2조원 상당)로 추산된다.
파키아오는 정부의 부정부패 근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10월 1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현재 마르코스는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힌다.
펄스 아시아가 지난 2월 18∼23일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전 의원은 60%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파키아오 상원의원은 8%에 그쳤다.
이와 함께 파키아오는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필요할 경우 해군 함정을 배치하겠다면서 중국이 자국 해역을 침범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 대해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지칭하면서 양국 간 동맹 관계를 중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낮은 지지율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빈곤층은 결국 자신에게 표를 던질거라면서 대선 완주 의사를 드러냈다.
파키아오는 "빈곤은 나를 가장 적합한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면서 "가난으로부터 국민들을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올해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또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천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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