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살때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제도 시행 두달앞 업계 '울상'

입력 2022-04-10 08:31
커피 살때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제도 시행 두달앞 업계 '울상'

"보증금·인건비·시설비 부담 기업이 떠안아"…매출감소 우려도

정부 "일회용 제조·판매한 업체에 근본 해결책임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정부가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시기가 10일로 꼭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살 때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사용한 컵을 매장이나 무인 수거함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다. 회수된 컵은 전문 처리업체로 전달돼 재활용된다.

자원 순환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식음료 업계에선 비용을 기업에만 부담시킨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일회용 컵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체가 기업인 만큼 이들에게 일회용 폐기물 문제에 대한 근본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 전국 3만8천개 매장에 적용…바코드로 반환 여부 판별

오는 6월 10일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이 개정됨에 따라 도입됐다.

정부는 올해 2월 행정예고를 통해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 79개 사업자와 105개 상표(브랜드)'로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전국 3만8천여개 매장에서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보증금을 내고, 해당 컵을 산 매장이나 보증금제를 적용받는 다른 매장에 돌려주면 보증금을 반환받는다.

길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주워 매장에 돌려줘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매장 내 기기나 전용 모바일 앱으로 컵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하면 보증금이 반환되는데 계좌이체나 현금지급 중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한번 반환된 컵은 다시 반환하더라도 보증금 지급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컵 표면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위·변조 방지 스티커도 부착된다.



◇ 기업, 관리기관에 보증금 선납…"미수금 누적 우려"

주요 식음료 사업자들은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 기업이 떠안게 되는 비용이 과도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기업이 일회용 컵을 팔기 전에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에 보증금을 선납해야 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보증금제를 적용받는 사업자는 향후 판매할 일회용 컵 수만큼의 표시라벨을 COSMO에 신청하고 해당 컵 물량에 대한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COSMO로부터 표시라벨을 받아 컵에 부착한 뒤 음료를 담아 팔 수 있다. 음료 판매 가격에는 보증금 300원이 추가된다.

문제는 COSMO에 신청한 수량보다 일회용 컵이 적게 팔렸을 때다. 이때 기업은 팔지도 않은 컵에 대한 보증금을 미리 지급한 셈이 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막대한 미수금이 쌓일 텐데 이자를 포함해 적시에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행 두 달을 앞둔 지금까지도 이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해 환경부 측은 "미반환 보증금에 대해서는 향후 처리지원금과 표시라벨비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매장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대로 세부적인 내용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건비·시설비·물류비까지"…정부 "원인 제공자에 책임"

업계 관계자들은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서류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각종 부가 비용도 오롯이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반납한 컵을 세척하고 보관하는 데 드는 인건비와 시설비용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며 "본사에서 표시라벨을 받은 후 각 매장에 배포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컵을 반환한 고객에게 계좌이체로 보증금을 환급할 때 발생하는 카드수수료도 있다"며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자칫 고객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고객 입장에서는 커피값이 300원 오르는 것"이라며 "지난 8년간 커피값을 400원 올렸는데 갑작스러운 이번 가격 급등에 따른 매출 타격도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증금제의 친환경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체들은 사실 준비된 게 없다"며 "당장 두 달 후 시행된다면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환경문제의 대원칙은 원인 제공자에게 해결 책임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일회용 컵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도 전산 체계 구축비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기업이 떠안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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