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미중 갈등 증폭시켜 아시아 리스크 확대 가능성"

입력 2022-04-10 07:01
"우크라 전쟁, 미중 갈등 증폭시켜 아시아 리스크 확대 가능성"

"전쟁 직접 영향보다 아시아 양대진영 분열 심화가 더 우려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아시아 지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한발 벗어나 있지만,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중 대결로 아시아 지역이 양 진영으로 분열되는 현상이 심해져 역내 기업 등에 곤혹스러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됐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이런 내용을 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시아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선 EIU는 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인 익스포저(위험노출도)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직접 교역·투자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나, 아시아 지역은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EIU는 설명했다.

단, 한국, 중국, 일본 등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이 상당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희귀 가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다소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전쟁으로 야기된 국제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라고 EIU는 짚었다.

예컨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에너지나 농산물을 직접 수입하지 않더라도 아시아 지역은 이런 상품의 대외 의존도가 높기에 이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지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하고 에너지·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자본유출이 촉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아시아 통화 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 관광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만한 부문이지만, 전반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고 평가했다.

태국이 2019년 러시아 관광객이 140만명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았으나, 그 비중은 그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3% 남짓에 불과했다.

EIU는 무엇보다도 이번 전쟁이 아시아 지역 내 지정학적 복잡성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미 미중 갈등으로 본격화한 역내 편 가르기 현상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같은 역내 그룹의 결합력에 영향을 미치고, 다국적 기업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규제 정책이 이런 정치적 방향을 따르기에 이런 정책들이 양 진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이번 전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3월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 국가 정상들 간 회담이 연기됐다.

특히 아시아에서 미국의 '부재'로 중국이 역내 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아시아 내 무역·투자 규칙 제정을 주도할 여지가 생겼다고 EIU는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이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 편에 선다면 중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많은 국가가 미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려고 할 수 있고, 일본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호주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미사일·핵 기술에 대한 접근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미중 관계에서 중립을 추구했던 국가들이 미국 입장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이례적으로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에 가입하는 등 대중국 압박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번 전쟁으로 '세계 경찰'로서 역할이 제한되면 기회주의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사례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한 리스크로 꼽았다. 게다가 더 매파적인 한국 차기 대통령의 선출 이후 한반도 내 긴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봤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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