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 '제노사이드' 맞나…"정황 짙지만 추가조사 필요"
유엔협약 따르면 행위뿐 아니라 의도까지 규명돼야
전문가 온도차…"의도 명백하다" vs "아직은 증거 부족"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집단학살 정황을 두고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제노사이드는 한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파괴하는 인류 최악의 범죄로 국제법정의 처벌 대상이다.
BBC 방송은 부차 집단학살 정황이 제노사이드의 구성요건을 갖추는지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고 7일(현지시간) 해설했다.
유엔은 1948년 12월에 열린 3차 총회에서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다.
이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행해진 행위'로 규정된다.
구체적으로는 ▲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 집단의 구성원에 중대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을 집단에 고의로 부과하는 것 ▲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된 조치를 부과하는 것 ▲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적시돼 있다.
이같이 정의되는 제노사이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이다.
이같이 제노사이드를 규정할 때에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도도 중요한 기준이다.
일단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집단학살 정황이 뚜렷하게 의도를 지니고 자행된 행위라는 판단이 나온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부문 부교수 유진 핀켈은 "이 사건은 단순히 민간인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특정 국민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며 '제노사이드'로 규정할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 언론의 한 칼럼을 근거로 "최근 러시아에서는, 특히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가뿐 아니라 이들의 정체성을 파괴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핀켈 교수가 지적한 칼럼은 러시아 작가 티모페이 세르게이체프가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쓴 칼럼이다.
티모페이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다수가 나치주의자"라며 "정의로운 전쟁에 따른 필연적 고난에 시달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영리단체 '제노사이드 워치'의 회장 그레고리 스탠턴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족 집단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그래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전부터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신나치주의를 보인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제노사이드 가해자는 학살 대상자가 집단학살을 자행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기에는 의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국제정치학 강사인 조너선 리더 메이너드는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며 "향후 제노사이드로 규정될 수 있지만 아직은 증거가 강력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필리프 샌즈 국제법 교수도 국제법상 '제노사이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찰이 집단 전체를 파괴하려 한 의도를 명백하게 규명해야 하며 이를 국제법원에서 입증받는 것도 문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고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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