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순교자의 도시' 부차에서 온 우크라 국기에 입맞춘 교황

입력 2022-04-07 08:00
수정 2022-04-07 08:27
[월드&포토] '순교자의 도시' 부차에서 온 우크라 국기에 입맞춘 교황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간) 수요 일반 알현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습니다.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이탈리아로 피란한 어린이들입니다.

교황은 어린이들을 단상 위로 초대해 인사를 나누고 부활절 초콜릿을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한 어린이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 바탕에 이탈리아 국기와 큼지막한 하트, 사람의 손바닥 등을 그려 넣은, 일견 평화를 염원하는 듯한 그림을 들고나와 시선을 끌었습니다.



교황은 일반 알현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이 아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자기 나라를 떠나야 했다"며 "이는 전쟁의 산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잊지 말자며 기도를 청했습니다.



교황은 전쟁으로 고난을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를 표하고자 우크라이나 국기까지 준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교황은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온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 전날 전달받은 국기라고 소개했습니다.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듯 때가 묻어 시커멓게 변한 국기에는 우크라이나어와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교황은 불편한 다리에도 의자에서 일어나 국기를 대중에게 펼쳐 보이며 "전쟁지역에서, 정확히는 순교의 도시 부차에서 온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국기를 접고서 입을 맞춰 청중의 박수갈채를 끌어냈습니다. 한 신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어 보이며 호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교황이 정기적으로 일반 신자들을 만나는 수요 일반 알현과 주일 삼종기도 등 공식 대중 행사의 화두는 줄곧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습니다.

교황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침략", "대학살"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비난해왔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정권을 겨냥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몰타 방문길에는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쟁 종식과 평화를 향한 교황의 물밑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전 세계 13억 가톨릭인과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있습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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