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우정치인 지리놉스키 코로나19로 사망…푸틴 "애국자" 애도

입력 2022-04-06 21:21
수정 2022-04-10 15:01
러 극우정치인 지리놉스키 코로나19로 사망…푸틴 "애국자" 애도

"캅카스 주민 출산 제한해야…우크라 개입 반대 시위자들은 정신병자" 과격 발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가 코로나19와 투병 끝에 6일(현지시간) 향년 75세로 사망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은 이날 하원 전체 회의에서 "힘들고 오랜 투병 끝에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가 숨졌다"고 전했다.

지리놉스키는 지난 2월 초부터 코로나19 오미크론 감염으로 폐의 70% 정도가 손상되면서 인위적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하원에 조전을 보내 "지리놉스키는 러시아의 가장 오래된 정당(자유민주당) 가운데 하나를 창설하고 끊임없이 이끌어오면서 러시아 의회주의 정착과 발전에 많은 일을 했고, 항상 열띤 토론에서 애국적 태도와 러시아의 이익을 견지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소련 붕괴 전인 1989년 창당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이끌며 대선 때마다 후보로 출마해온 지리놉스키 당수는 과격하고 거친 발언과 기행을 일삼는 '괴짜 정치인'으로 유명했다.

1990년대부터 러시아 자유민주당 당수이자 하원 의원으로 활동해 오는 동안 의회 회의나 공개 토론회 등에서 반대 진영 인사나 정치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을 벌여 수시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자유민주당이 1993년 총선에서 23%의 득표율로 선두를 차지하면서 한때 강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하지만 이어지는 과격 발언과 기행으로 괴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면서 인기를 잃어갔다.

그는 지난 2013년 이슬람권인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높은 출산율을 비판하며 세계적 평균보다 훨씬 많은 10~15명의 자녀를 낳는 캅카스 주민들의 출산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자국 내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혁명에 개입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자, 시위대를 '비애국자이자 정신이상자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기들과 미사일을 받아들인 발틱 국가들과 폴란드를 융단 폭격해 지구상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과격한 주장은 이후로도 계속되며 보수 민족주의 성향 유권자들에게서 인기를 누렸으나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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