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흔들…총리 소속 극우정당서 이탈자
연정 지지철회 의원 "유대 정체성 훼손 동참 불가"…연정 의석수 과반 미달
네타냐후 즉각 환영 "민족주의 지지받은 의원들 모두 돌아오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최장기 집권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무지개 연정'이 흔들리고 있다.
현직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끄는 극우성향 정당 야미나에서 연정 지지 철회자가 나오면서, 연정 의석수가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
6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미나 소속 여성 의원 이디트 실만(41)이 이날 연정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 집권 연정 의석수는 크네세트(의회) 전체 의석(120석)의 과반(61석)에 1석이 못 미치는 60석이 됐다. 주요 법안 처리 등에서 외부 정당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이탈자가 생기면 연립정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전에 소속당 대표인 베네트 총리와 상의 없이 이탈을 결행한 실만 의원은 지지 철회의 이유로 '이스라엘의 유대 정체성 훼손'을 꼽았다.
그는 성명을 통해 "불행하게도 나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의 유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다. 동료들을 설득해 우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만 의원은 또 "이렇게 느끼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크네세트에서 다른 정부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 최근 2년여간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지난해 3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우파 정당인 리쿠드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리쿠드당 대표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우파 정부를 고집하다가 결국 연정 구성 시한을 넘겼다.
그러자 원내 제2정당인 중도성향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현 외무부 장관 주도로 중도, 우파, 좌파, 아랍계 등 8개 군소 정당들이 반(反)네타냐후를 기치로 '무지개 연정'을 꾸려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연정에는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중도 성향의 청백당, 우파 성향의 '뉴 호프',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 극우성향 야미나, 좌파 성향의 노동당,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 아랍계 정당 라암이 동참했다.
이후 야권 지도자로 지내온 네타냐후 전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고 실만 의원의 연정 이탈을 반겼다.
네타냐후는 "실만 의원의 오늘 성명 발표가 매우 기쁘다. 그녀의 행동을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당신을 이끈 것은 이스라엘의 유대 정체성과 이스라엘 땅이다. 민족주의 캠프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로써 진정한 국민의 대표는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민족주의 세력의 지지로 선출된 모든 의원은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여러분을 존경하며 환영할 것"이라며 연정에 소속된 우파 의원들의 추가 이탈을 부추겼다.
집권연정을 이끄는 베네트 총리와 라피드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어 의원 이탈 사태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