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러시아군 '부차 학살' 충격, 진상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입력 2022-04-06 15:27
[연합시론] 러시아군 '부차 학살' 충격, 진상규명하고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탈환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 등지에서 집단학살 등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부차 등지에서 저질러진 참혹한 전쟁범죄 양상을 고발한 뒤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부차 등에서 러시아군이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지난 48시간 동안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잇따라 추방하는 결정을 내려 그 규모가 200여 명에 이른다. 슬로베니아가 5일 33명, 이탈리아 30명, 스페인 25명 등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이 내려졌고, 프랑스는 전날 러시아 외교관 35명, 독일은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등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한다. 새 제재에는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 금지, 러시아 금융기관 및 국영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러시아 정부 당국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제재가 포함된다고 한다.

"그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신의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총살당했고, 다른 누군가는 우물 안으로 던져져 괴롭게 죽어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유엔 안보리 연설에서 최소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부차 학살' 등에 관해 이같이 고발했다. 전날 부차를 직접 방문한 젤렌스키는 "이러한 짓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와 같은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90초 분량의 끔찍한 영상이 공개돼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민간인 시신과 관련해 "러시아군이 철수한 직후에는 아무런 시신도 없었다"며 민간인 희생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는 조작설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10대 소년의 증언이 BBC 보도를 통해 이어지고,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러시아군 점령 시기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이 길거리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군에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끔찍하고 처참한 모습이 외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면서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20세기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던 끔찍한 행위들"이 21세기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에 의해 그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니 개탄스러울 뿐이며, 이것이 묵인된다면 국제사회와 인류 역사의 앞날은 암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전시 민간인 학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다. 이미 유엔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짓밟은 행위에 대해 규탄한 바 있다. 러시아는 자국과 인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민간인 학살을 즉각 멈추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기를 촉구한다. 이와 함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참상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노력을 지속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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