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규탄 않던 인도 '부차 학살'엔 비난 목소리(종합)
주유엔대사 "매우 충격적…독립 조사 지지"…러시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일절 비난하지 않던 인도가 '부차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규탄 목소리를 냈다.
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T.S. 티루무르티 주유엔 인도대사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부차 학살과 관련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이런 학살을 명백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티루무르티 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한 독립적인 조사 요청을 지지한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경우 외교가 성공 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 널리 채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의회에서 부차 학살 사건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다"며 "이는 극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동조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인도가 한쪽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평화의 편이 될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현지 민간인 희생에 대해 이러한 목소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도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등 '친러'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티루무르티 대사의 이번 발언에 대해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 표명에 인도도 동참했다"고 평가했다.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로 러시아 군대 철수 후 두 손이 결박당한 채 근접 사살을 당한 시신을 비롯해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며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다만, 티루무르티 대사는 이번 안보리 발언에서 러시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인도는 중립 외교를 펼쳤던 과거 냉전 시대부터 미국보다는 러시아(옛 소련)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국방 분야의 경우 러시아는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각별하다.
또 양국은 최근 제재 우회를 위해 미국 달러화 대신 루피화와 루블화로 거래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자이샨카르 장관은 이날 "인도와 러시아는 경제 교류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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