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주문 방법을 몰라" 울음 터뜨린 중국 칠순 독거노인
주거지역 봉쇄 노인들 모바일앱 주문 못해 '쩔쩔'
만성질환자들 "약 떨어졌는데 병원도 못 가"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휴대전화로 주문하라는 데 방법을 모르겠어. 집에 채소가 다 떨어졌는데 어찌해야 하나"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한 칠순 할머니가 자원봉사자에게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울면서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원봉사자가 수 차례 "도와줄 테니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이 노인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듯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가 "우선 우리 집에 있는 채소를 보내주겠다"며 한참을 다독인 뒤에야 겨우 이 노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사는 아파트는 봉쇄 조치가 내려져 모든 생필품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만 단체 주문해 각 가정에 배송하고 있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살던 할머니로서는 이런 방식의 물품 구매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도움의 손길은 닿지 않았고 먹거리가 바닥나기 시작하자 공포감이 엄습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원봉사자는 "할머니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할머니와 자원봉사자가 통화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창춘시 독거노인들의 실상"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봉쇄에만 급급할 뿐 대책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창춘시가 웨이보에 개설한 '항역구조(抗疫求助)' 방에는 고립무원의 노인들을 도와달라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 누리꾼은 "칠순 부모 중 아버지가 감염돼 격리병원에 수용됐고 만성질환을 앓는 어머니 혼자 집에 격리돼 있다"며 "체온계, 약은 물론 먹을 것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담당 공무원은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버지가 완치 판정을 받아 격리병원에서는 퇴원하라는데 방역 당국은 연락받은 바 없다며 귀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암이나 고혈압,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약은 다 떨어졌는데도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지 못한다며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자녀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곤경에 빠진 것은 노인들뿐이 아니다.
한 여성 누리꾼은 "부부 모두 직장을 잃었는데 봉쇄됐다"며 "생활비가 바닥나 하루 10위안(약 1천900원)도 쓸 수 없는 처지"라고 울먹였다.
누리꾼들은 "매일 생필품 구매와 진료를 도와달라는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이냐"거나 "초기 대응부터 봉쇄 이후 조치까지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며 창춘시의 방역 대책을 혹평했다.
창춘시는 지난 3일 생필품 2만9천여t이 비축돼 있다며 "주민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때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채소 도매시장 3곳이 일제히 폐쇄돼 식료품 공급 차질을 빚자 우려하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 가까이 봉쇄된 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나 영세민들에게는 공허한 울림처럼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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