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 탓 평화협상 된서리 맞나

입력 2022-04-05 09:46
수정 2022-04-05 12:52
[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 탓 평화협상 된서리 맞나

젤렌스키 "협상 지연 시 러에 더 불리"…러 인사 "희망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협상이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정황으로 인해 경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며칠 후부터 간헐적으로 마주 앉아 전쟁 종식을 논의하고 있으나 러시아 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는 의구심 속에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가 철수한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에서 두 손이 결박당한 채 근접 사살을 당한 시신을 비롯해 민간인 시신 수백구가 발견됨으로써 회담 전망에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규모 학살이 일어난 부차를 방문해 "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것을 보면 좀처럼 말을 하기조차 어렵다"고 분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회담 절차를 늦추면 늦출수록 그들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주 마지막으로 열린 양측의 회담이 언제 재개될지, 부차에서 일어난 일이 회담 진전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이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만 말했다.



러시아 정부와 관계가 긴밀한 연구단체인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소장은 "그런 일이 일어날 때 협상 테이블에 앉아 악수하기는 어렵다"면서 부차 사건으로 회담 진행이 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르투노프 소장은 평화협상이 주로 전황에 달려 있는데, 양측 모두 상대편을 압박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길 아직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 현재로서는 희망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정책을 혼자서 결정할 수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론과 다수의 다른 정치인들의 의견까지 살필 수밖에 없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코르투노프 소장은 예상했다.

그는 "부차에서의 일까지 겹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 많은 제약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측이 전쟁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의도, 휴전 조건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 푸틴-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전망 등 여러 사안에서 일관성 없는 발언을 지속하는 것을 근거로, 상당수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에 있어 평화협상은 단지 '보여주기식 쇼'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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