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심리 완화-재고 증대에 하반기 국제 원자재가 안정화 전망"
무협, 주요 11개 원자재 공급구조 분석…"7개는 러·우크라 비중 20% 미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최근 급등한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에는 다른 지역의 생산 증가 등에 힘입어 하락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일 발간한 '주요 원자재 공급망 구조 분석 및 가격 상승의 영향' 보고서에서 에너지(원유·석탄·천연가스), 비철금속(구리·알루미늄·니켈·팔라듐), 곡물(옥수수·소맥), 희귀가스(네온가스·크립톤) 등 4개 분야 11개 품목의 공급 구조와 해외 기관의 가격 전망 등을 분석해 이같이 추정했다.
11개 품목 중 크립톤(80%), 네온(70%), 팔라듐(42.9%), 소맥(26.6%)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도 있지만 천연가스(16.8%), 옥수수(13.8%), 원유(13%), 니켈(11.3%), 알루미늄(5.6%), 석탄(5.3%), 구리(3.9%) 등 비중이 20%를 밑도는 품목이 다수다.
예컨대 에너지 원자재 중 원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 등으로 인해 지난달 배럴당 가격이 작년 말 대비 645% 오른 128달러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급 비중이 13% 수준인데다 지난 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비축유의 대규모 추가 방출을 발표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동참도 촉구해 향후 공급 확대와 함께 가격 하향 안정 추세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원유 가격이 하반기 중 배럴당 80달러대에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20% 내외 하락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천연가스도 러시아가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면서 가격이 급등했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이 공급선 다변화와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 하반기에는 가격이 현재보다 30%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큰 니켈과 팔라듐도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원자재들이다.
하지만 니켈 가격 급등은 공급 불안과 중국 칭산그룹의 숏커버링(공매도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며, 하반기에는 니켈 가격이 t(톤)당 2만2천달러대로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30% 안팎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팔라듐은 하반기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용 팔라듐 수요 증가가 예상돼 가격이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옥수수는 세계 수출의 13.8%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의 공급 차질로 지난달 가격이 작년 말 대비 28.9% 상승했지만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주요 옥수수 생산국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어 우크라이나 공급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생산의 25.6%를 차지하는 소맥도 인도, 호주 등지의 공급 물량 증가로 가격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다만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온과 크립톤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고, 공급도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공급 불안 요인으로 지난 1~2월 우리나라의 네온과 크립톤 수입 단가는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60.9%와 105.1% 급등했다.
다만 네온의 경우 포스코[005490]가 국산화에 성공해 올해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강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크립톤 생산기술 획득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원인은 공급 부족보다는 전쟁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원자재 가격은 급등 후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 들어가면 불안심리 완화와 재고 증대에 힘입어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 ▲ 원자재 재수출 및 매점매석 제한 ▲ 수입관세 인하 ▲ 해외 자원개발 ▲ 원자재 가공·처리기술 확보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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