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부차 학살'은 빙산일각…진상확인 땐 국제사회 대응 바뀐다
우크라 검찰, 전쟁범죄 정황 2천500건 확보 주장
WSJ "증거 더 많이 확인될수록 대러제재·우크라 지원 강화"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해 사건이 이보다 훨씬 많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집단 묘지에 묻힌 시신의 수가 118구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도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 410구가 이미 옮겨졌으며 현재 법의학 전문가들이 140구를 검시했다고 밝혔다.
WSJ은 부차 지역 곳곳에서 버려져 있거나 대충 매장된 민간인으로 보이는 시신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1995년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동북부의 이슬람교도 마을 스레브레니차에서 8천여 명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과 비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러시아 당국의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된 사건 2천500개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미 러시아 군부와 정치 지도자를 포함해 205명의 용의자를 확인한 상태다.
이와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각종 전쟁 범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으며 목격자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온라인 포털을 개설한 상태다.
국제법에 따르면 교전 당사자들은 고의로 민간인과 전쟁 포로를 죽이거나 사유재산 파괴, 고문, 성폭력, 약탈 또는 기타 금지된 행위를 하면 기소될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에 출연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또 다른 도발'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부차가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동안 폭력에 시달린 지역 주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별도로 이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4일까지 체르니히우와 하르키우(하리코프), 키이우 지역 등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전쟁 범죄 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는 러시아군의 반복된 강간 범죄와 남성 6명에 대한 살해, 민간 재산 약탈 등이 포함됐다.
휴 윌리엄슨 HRW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우리가 기록한 사건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의적인 잔혹 행위와 폭력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증거들이 계속해서 드러날수록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가 추가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분석했다.
또 전쟁 범죄의 증거가 발견될수록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국가는 이를 정당화하기 힘들어지고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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