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불신임 투표 표결직전 무산…의회해산 요구

입력 2022-04-03 17:45
파키스탄 총리 불신임 투표 표결직전 무산…의회해산 요구

의회 부의장 "불신임 투표는 위헌" 선언…칸 총리, 조기 총선 승부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날 위기에 처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의회 해산과 불신임 표결 무산을 시도하면서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이날로 예정된 칸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 투표가 표결 직전 무산됐다.

카심 칸 수리 연방 의회 부의장은 이번 불신임 투표 요청은 헌법 위반이라 무효라며 표결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 세력이 민주적 절차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칸 총리는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구했다. 의회가 해산되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

칸 총리는 이날 불신임 투표 무산 후 TV연설에서 "새로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인 파키스탄은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치 세력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 8월부터 정권을 이끈 칸 총리는 이날 표결에서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컸다.

야권은 이날 불신임 투표가 무산되자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와 외교 관련 실정을 지적하며 지난달 초 불신임 투표를 요구했다.

여기에 칸 총리가 이끄는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소속 의원 수십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등을 돌렸다. 연정 핵심 파트너인 MQM-P 등도 야권에 가세하면서 야권이 이미 과반을 확보, 사실상 연정이 붕괴한 상태였다.

그간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며 지금도 '물밑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군부마저 현 정부에 대해 지지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칸 총리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친중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칸 총리는 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미국 음모론'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그는 전날에도 "나를 축출하려는 시도는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며 "전체 (불신임 투표) 과정이 신뢰를 잃었는데 어떻게 내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칸 총리는 '외국의 음모'와 관련한 협박 메시지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으로 부채에 허덕이던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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