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앞바다 떠도는 컨테이너선…'도시봉쇄' 피해 가시화
코로나 폭증에 '4+4 봉쇄' 어려워져…테슬라·폭스바겐 조업 차질
중국 경제 충격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 가능성 커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된 '경제수도' 상하이의 도시 봉쇄 기간이 당초 계획된 8일간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금융·무역 중심이자 인구 2천500만명의 거대 소비 도시인 상하이 봉쇄 장기화는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뜩이나 불안정한 세계 공급망을 추가로 교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8일 오전 5시부터 부터 이달 1일 오전 5시까지 4일간 황푸강 동편의 푸둥(浦東) 지역을 먼저 봉쇄하고, 1일 오전 3시부터 5일 오전 3시까지 황푸강 서편의 푸시(浦西) 지역에서 4일간의 봉쇄를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봉쇄가 끝난 푸둥지역은 지난 1일부터 지역을 감염자가 발생한 '통제구역', 감염자가 인근에서 발생한 '관리통제구역', 기타 지역인 '방어구역' 3가지 종류로 나눠 관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민 이동이 일부나마 허용되는 방어구역 없이 이 지역을 통제구역과 관리통제구역으로만 지정하면서 인구 900만명의 푸둥 지역 전체의 격리가 사실상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계적, 동태적'으로 구역 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2일에도 푸둥에서만 코로나19 감염자가 2천명 이상 발견돼 봉쇄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1천600만명의 푸시 지역도 계획대로라면 5일 새벽 봉쇄가 끝나야 하지만 푸둥 지역의 선례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 지역에서 봉쇄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계획된 8일간으로 봉쇄를 끝내기에는 상하이의 상황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3일 중국 위생건강위에 따르면 전날 하루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1만3천146명(무증상 1만1천691명)으로 우한 사태 때인 2020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는데 상하이 감염자가 8천226명으로 중국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처럼 상하이시의 '짧고 강한 봉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 피해도 예상보다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상하이의 외국자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테슬라의 푸둥 공장은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생산 가동을 멈춘다고 알려졌는데 이후에도 공장을 재가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폭스바겐 역시 지난달 31일 도시 봉쇄로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어 중국 상하이차와 함께 운영하는 합작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 전체 구역을 봉쇄하면서도 상하이시는 생산 시설과 인력을 외부와 철저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일부 기업의 운영을 허용했지만 봉쇄 장기화로 근로자를 확보하고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류 핵심 인프라인 푸둥국제공항과 양산항을 '폐쇄 루프'로 관리하면서 가동하고 있지만 봉쇄가 길어지면서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상하이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고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 최대 수출입항인 상하이 양산항을 통한 물류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통행 허가를 받은 물류 차량이 상하이를 드나들 수 있지만 실제 행정 집행 과정에서 통행이 제한받거나 화물차 운전사가 예상치 못하게 도중에 격리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긴급 보고서에서 "상하이 방역 통제 강화로 컨테이너 트럭 운송에 애로 현상이 나타나고, 상하이 인근 지역의 육로 통제로 선적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입출하하는 컨테이너 운송사는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양산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처리 효율도 급속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명 경제 전문가인 홍콩중문대의 랑셴핑 교수는 전날 밤 웨이보에 상하이 앞바다의 화물선 유동 상황을 담은 지도 사진을 올리고 "양산항과 (인근 저장성) 닝보 베이룬항에서 (처리 안 된) 컨테이너선이 쌓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져 과학적 방역으로의 변화 중요성이 긴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뿐 아니라 중국의 거의 전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 중이어서 3월 이후 본격화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중국 경제가 올해 5.5%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 은행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올해 목표한 5.5%의 성장률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왕타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전면 또는 부분적인 통제 중인 중국 지역의 국내총생산과 인구 비중이 각각 34%, 26%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경제 활동이 방역 조치에 많이 지장받고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중국 정부가 방역 중요성을 성장보다 앞세울 것으로 본다"며 "올해 내내 이런 통제가 이어지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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