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서방국들 집중적인 구애에도 꿈쩍 않는 인도
이코노미스트 "중국 견제 위해 러시아 우호관계 유지 필요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이 인도를 러시아 제재 대열에 참여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지만 좀체 인도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3일 영국매체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인도가 서방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은 대중국 견제 등 여러 셈법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도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해 영국·멕시코·그리스·오만·오스트리아의 외교장관 등 해외 고위직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국무부 차관보가 인도에 날아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각각 인도를 방문해 우호를 확인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이와 같이 인도를 찾는 국가들의 행렬에 대해 인도에 영향을 끼치려는 캠페인에 가까운 움직임이라고 발언했을 정도다.
서방국 고위층의 연이은 인도 방문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인도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인도는 서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러시아에서 석유 등을 저가로 추가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침묵했고,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이샨카르 장관은 최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인도는 근접한 아프가니스탄 문제보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디까지나 유럽의 문제일 뿐이며, 서방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정권에 넘어가게 내버려 둠으로써 인도의 기대를 저버렸음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인도는 또 냉전 때 표면상 비동맹 외교노선을 견지했지만 당시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미국 편에 섰던 파키스탄과 대립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가 러시아제였을 정도로 러시아는 인도 국방에서 중요하다. 앙숙인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해야 하는 인도 입장에선 대러 관계가 악화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탄비 마단 연구원은 "인도가 자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인도의 태도에도 대가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지배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인도와 중국간 국경분쟁에서 중국의 논리와 유사한 만큼 인도가 러시아 편을 들수록 그들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인도가 쿼드와 공동보조를 맞추지 않을 경우 쿼드의 공고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국 측 주장이 강화될 수 있고 인도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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