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1조2천억원 자문료 몰아준 마크롱, 재선 가도 잡음
르펜 바짝 뒤쫓는 국면에 '맥킨지 스캔들' 불거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대선을 열흘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미국 컨설팅사 맥킨지를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AFP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처 등 주요 정책 분야서 민간 기업의 자문을 받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프랑스 상원 조사위원회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보급, 연금개혁, 디지털 전환 등 정책 자문 비용으로 맥킨지를 비롯한 민간 기업에 지난해 한 해에만 8억9천330만유로(약 1조2천억원)를 썼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18년 당시 같은 명목으로 든 비용인 3억7천910만유로(약 5천100억원)에 비해 배가 넘게 뛴 것이다.
이런 와중에 맥킨지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프랑스에서만 600명가량 직원을 두고 3억2천900만유로(약 4천426억원)를 벌어들였는데도, 최소 10년간 법인세를 낸 적이 없다는 추가 조사 결과를 상원 조사위가 지난 달 25일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 자금 조달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프랑스에서는 어떤 계약도 불가능하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소셜 미디어에는 이를 비판하는 해시태그 '#McKinseyGate'가 확산했고, 대권 경쟁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이번 사건을 '국가적 스캔들'이라고 규탄했다.
민간 기업을 통한 국정 운영이 흔치 않은 프랑스에서 정부가 고액 자문료를 내고 유력 글로벌 기업에 의존했다는 사실이 곧 마크롱 대통령의 정적에게 먹잇감을 준 셈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어 '맥킨지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사태가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중요한 시점에서 불거졌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번 통화하며 중재자를 자처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실제 침공을 단행한 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이전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경쟁자들에 앞서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발표된 프랑스 최대 여론조사기관 엘라베의 결선투표 조사에서 르펜 대표의 지지율이 47%까지 뛰며 53%의 마크롱 대통령을 바짝 뒤쫓는 흐름을 보였다.
AFP통신은 오차 범위가 3.1%포인트인 점을 고려하면 르펜 대표가 결선투표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제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BVA의 조사 결과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대표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선투표서 승리하기는 하되 지지율은 54.5%에 그쳤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66%, 르펜 대표는 34% 득표율을 보였던 2017년 대선보다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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