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서 구급차 외면 환자 숨져…"코로나 아닌 봉쇄에 죽는다"

입력 2022-03-31 16:59
수정 2022-03-31 17:00
상하이서 구급차 외면 환자 숨져…"코로나 아닌 봉쇄에 죽는다"

보건당국 공개 사과…"AED라도 빌려달라" 호소 외면한 의사 정직

유가족 "앰뷸런스 신고 후 1시간반 뒤에야 도착"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에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천식 환자가 구급차에 외면받은 채 자택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해 중국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 푸둥신구 위생위원회는 31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전날 관내에서 발생한 천식 환자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현장 구급차에 탑승한 의사의 부적절한 대처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해당 의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면서 공개 사과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확산한 글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8시께 봉쇄 중인 푸둥신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천식으로 인한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평소 가진 약을 써도 효과가 없자 가족들은 전화로 구급차를 불렀지만 수십분이 지나도 구급차는 오지 않았고 환자의 심장 박동이 멈췄다.

다급해진 환자 가족과 이웃들은 단지 앞에 선 구급차를 발견하고 도움을 호소했지만 구급차에 탄 의사는 이 아파트 단지의 다른 긴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가족과 이웃들은 이 의사에게 구급차에 있는 심장자동충격기(AED)라도 빌려달라고 했지만, 이 의사는 "상부의 연락을 기다려달라. 우리도 방법이 없다"면서 이 아파트 단지에서 출발해 병원으로 떠났다.

AED를 빌려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이 의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웨이보와 더우인 등 소셜 미디어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구급차를 부른지 한 시간 반이 넘어 새로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던 환자는 숨졌다.

푸둥신구 위생위는 "이 환자의 사망에 비통한 마음을 밝힌다"며 "응급 의사의 경험 부족과 심장자동충격기를 환자에게 제때 빌려주지 않은 부당한 조처와 관련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현지 보건 당국이 해당 의사의 미숙한 대처에 책임을 돌렸지만 이번 사건은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도전 앞에서 중국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상하이의 의료 시스템마저 대규모 봉쇄 지역 관리, 급증하는 환자 격리 및 치료 등 폭증하는 업무로 큰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 및 행정 자원을 광범위한 지역 사회 봉쇄와 감염자 걸러내기에 쏟다 보니 이처럼 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건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겨울 한 달 이상 봉쇄된 산시성 중심 도시 시안에는 병원이 코로나19 확진 음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 심장병 환자가 병원 문턱을 밟지 못하고 숨지고 임신을 한 여성이 유산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달 상하이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도 천식으로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켰지만 코로나19 확진 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자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다른 먼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코로나19에 걸려서 죽는 게 아니라 도시 봉쇄가 초래한 재난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 같다"며 "정책이 조정되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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