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대러 제재로 달러화 약해질 것…통화권역 나뉠 수도"
일부 국가서 교역대금 재협상 움직임…외환준비금 다양화
"달러화 중·단기로는 견고할 것"…디지털금융 가속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고위 관계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대러 제재로 인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금융 제재로 인해 국가 간의 교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통화 블록이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 블록이란 무역 결제에 사용되는 통화의 가치척도를 동일한 것으로 주고받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끼리 형성한 권역을 말한다.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달러화는 그런 상황에서도 주요 글로벌 통화로 남겠지만 더 작은 수준에서 (통화)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즉 기존 기축통화인 달러화 위주로 편성됐던 국제 통화제도가 다른 통화의 편입이 늘어나면서 더 분열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미 일부 국가가 교역에서 거래하는 통화를 재협상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합병한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자 본격적으로 달러화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전 직전까지 외환보유액의 20%가량이 달러 표시 자산이었고 해외에도 보유량이 상당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전쟁으로 서방이 일제히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하고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고립시키면서 러시아 경제는 파탄 지경에 내몰렸다.
또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글로벌 교역에서 다른 통화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 곧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준비자산이 한층 다양화하는 현상으로도 이어진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나라마다 다른 나라와 거래하거나 빌려오는 통화를 기준으로 비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국 은행의 준비자산에서 (달러 말고) 여타 통화의 역할이 더 커지는 추세가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달러화 지배력은 중·단기간적으로는 도전받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사실 달러화 패권의 약화 흐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지난 20년간 다른 통화가 등장하면서 국제 외환준비금 내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이 70%에서 6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중 달러화 감소분의 25%를 중국 위안화가 대체했다. 다만 위안화가 차지하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중국이 국제적으로 위안화 위상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다른 나라보다 앞서 법정 디지털화폐도 추진 중이지만 위안화가 주요 준비통화로서의 달러를 대체할 것 같진 않다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서는 통화의 완전한 교환성과 개방된 자본시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기관 등이 필요한데,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 만큼 한동안 달러의 지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이번 전쟁으로 암호화폐나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 흐름과 더불어 "국제적인 규제 문제도 제기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그 간극을 메꿔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리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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