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피란민 돕는다더니…"英, 무연고 우크라인에 비자 발급 인색"

입력 2022-03-31 11:33
[우크라 침공] 피란민 돕는다더니…"英, 무연고 우크라인에 비자 발급 인색"

더타임스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 통과 10%도 안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영국에 친지가 없는 상태로 난민을 신청한 우크라이나인 중 비자를 발급받은 이는 10%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일간 더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친지가 없는 우크라이나 난민도 영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들을 위해 여분의 방이나 집을 6개월 이상 제공하는 가구에 월 350파운드(약 56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을 최근 가동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 건수는 2만8천300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10%에도 못 미치는 고작 2천700건의 비자만 발급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반면, 영국에 가까운 친지가 있어 이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인을 상대로 한 난민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가족'에는 총 3만1천200건이 신청해 3분의 2 이상인 2만2천800건의 비자가 발급됐다. 나머지 8천400건은 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영국에 들어와서도 생계에 곤란을 겪는 피란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타임즈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총 144가구는 현재 노숙 상태로 지내고 있으며, 이들 중 36가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으로 입국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까다로운 비자 발급 조건을 적용하는 등 그동안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자국 의회에서도 비판받자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보리스 존슨 행정부에서 난민 문제 책임자로 임명된 리처드 해링턴은 의회에 출석해 이 프로그램의 불완전성을 시인하고 보름 안으로 주당 비자 처리 건수를 1만5천 건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영국 거주자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짝 지워주는 이 프로그램은 또한 여성과 아동 등을 겨냥한 성매매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성매매난민행동·난민의회 등 영국 16개 인권단체는 최근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현행 방식의 피란민 숙소 지원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무비자 여행을 허용하는 아일랜드를 경유해 영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임스 제미슨 영국 지방정부연합 회장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아일랜드에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런 깜깜이 난민의 존재로 정확한 난민 숫자 파악과 난민 정책 등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된 이래 영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난민이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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