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 자신이고 싶다"…영국 하원의원의 트랜스젠더 고백
보수당 제이미 월리스 의원, 성폭행·협박당한 일 등과 함께 공개
존슨 총리, 전날 보수당 의원 모임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농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나는 트랜스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되고 싶다. 성별 위화감 진단을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아주 이렇게 느껴왔다. … 오늘 밤 나 자신이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떠올렸다. 나는 진실하게 살아온 적이 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모두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겠지."
영국 웨일스 지방의 브리젠드 지역구 출신 제이미 월리스(38) 보수당 하원의원이 30일(현지시간) 새벽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신은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영국에서 최초로 트랜스젠더임을 선언한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2020년 4월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겠다고 협박당한 일, 2021년 9월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일, 2011년 11월 자동차 사고를 내고 도망친 일 등을 나열하며 자신의 상태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러분과 이 모든 것을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며 "내가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낸다면 그것은 정계를 떠난 다음일 것이라고 항상 상상해왔다"고 운을 뗀 월리스 의원은 전날 보수당 의원 모임에서 트랜스젠더에 관한 농담을 듣고 글을 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전날 웨스트민스터 호텔에서 주재한 만찬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혹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표현대로 태어날 때 여성 또는 남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이라고 인사말을 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했다.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트랜스 여성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했던 스타머 대표의 발언을 조롱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위원회를 이끄는 벤 하울렛 전 보수당 하원의원은 일간 가디언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트랜스 젠더를 지지한다고 말해놓고, 사석에서는 트랜스 젠더를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월리스 의원의 글을 공유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감사하다"며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당신과 다른 모든 사람이 자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애정과 지지를 주겠다"고 적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월리스 의원을 응원한다는 반응이 빗발치자 그는 블로그에 새로 글을 올려 "지난 몇 시간 동안 받은 다정한 지원에 감동했다"며 "정체성에 관해 가져왔던, 앞으로도 가져갈 어려움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공개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며 "당분간 남성 대명사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월리스 의원은 "항상 그렇듯이 내 우선순위는 브리젠드 유권자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니 질문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달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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