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핵무기 쓸까…"가능성 작지만 불가능한 건 아냐"

입력 2022-03-30 16:00
수정 2022-03-30 16:22
[우크라 침공] 러, 핵무기 쓸까…"가능성 작지만 불가능한 건 아냐"

英 이코노미스트 "러 군사교리 따르면 서방 핵공격도 가능"

"푸틴, 우크라서 패배 직면 시 핵사용 여부 결정해야 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면 반전을 위해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채 '핵전쟁'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극도로 낮다면서도 러시아의 군사교리상 핵무기 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10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러시아군 군사교리는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전력으로 공격해오는 적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얼핏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는 핵무기가 쓰일 일이 없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으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서방이 시행한 초고강도 제재가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여겨진다고 말했고,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런 만큼 미국과 나토를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하는 적국'으로 규정해 핵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군사교리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러시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가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이른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만들려 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교리는 미·소 냉전기였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핵보복으로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개념에 입각해 선제적 핵공격을 배제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걸프전쟁(1990~1991년)으로 재래식 군사력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1993년 핵 선제공격 금지 원칙을 폐기하고 핵전력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원칙적으로는 미국의 재래식 전력에 맞대응할 군사력을 갖추는 시점까지 일시적으로 유지돼야 했을 전략이지만 러시아군은 기대만큼 전력을 증강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면전은 물론 국지전에서도 전술 핵무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한이 더욱 느슨해지는 결과를 불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있음직하지 않은 전망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재래식 전력으로 패배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교리를 실행에 옮길지 결정해야 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러시아는 핵탄두 1천588개를 실전배치하고, 2천889개를 비축해 놓은 것으로 추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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