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8개월 중징계 맞은 현대산업개발…창사 이래 최대 위기
학동 붕괴사고 영업정지로 신규 영업 중단…공사해도 타격 불가피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등록말소땐 그룹 전체 위태…소송 맞대응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건설시공능력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가 30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8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등록말소 처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존폐의 기로에까지 내몰리게 됐다.
현산은 서울시의 중징계 처분이 나오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학동을 비롯해 사고 현장 수습과 피해 보상 등에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현산에 대한 전례 없는 중징계 처분에 긴장하면서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서울시, 학동 참사 '최고 수위' 징계…화정 붕괴사고 관련 등록말소 가능성 커져
서울시는 이날 작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위반으로 다음달 18일부터 8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키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처분 사유로는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한 점', '현장 관리·감독 위반'을 들었는데 학동 붕괴 사고 내용으로 볼 때 건산법에서 정한 가장 무거운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현행 건산법 82조에서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학동 철거 사고는 건설 근로자가 아닌 주변의 버스 승객이 사망했고, 이는 '일반 공중(公衆)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에 속해 해당 기업에 내릴 수 있는 영업정지 기간은 최장 8개월까지다.
당초 서울시는 단순 철거가 부실시공 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놓고 징계 여부를 놓고 고민했으나 국토부가 '철거도 시공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서 최고 수위의 처벌이 내려졌다.
서울시는 이번 부실시공 관련 처분 외에도 학동 현장의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하도급업체인 한솔기업의 등록 관청인 영등포구의 공식 처분이 나온 뒤 징계 처분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어서 현산 입장에서는 추가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현산이 최악의 상황인 불법 재하도급에 관여(지시·공모)한 것으로 드러나도 영업정지(최장 8개월) 처벌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어 앞서 부실시공으로 받은 8개월 외에 추가 영업정지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다.
국토부는 앞서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낸 현산에 대해 학동 사고 때와 다른 '건산법 83조'를 적용해 최소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건산법 83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6개월 내에 화정 아이파크 사고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현산은 이에 따라 내달 학동 재개발로 인한 영업정지 상태에서 추가로 1년(합산 1년8개월)의 영업정지를 맞게 되거나 아예 건설업 면허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 현산, 신규 영업 중단, 가처분 등 소송 맞대응할 듯…수만명 협력업체 연쇄 피해 우려
이번 학동 영업정지로 인해 현산은 당장 입찰 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의 수주활동이 전면 금지되면서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공사를 비롯해 민간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
현산은 이날 "당장 대응 방안에 대해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현산이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고 곧바로 행정처분 금지 가처분을 시작으로 소송전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행정처분은 다음달 18일부터 발효되는데 법원의 행정처분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그 즉시 영업정지 처분은 중지된다.
영업정지가 되더라도 앞서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산은 일단 현장이 개설된 전국 65개 아파트 등 공사 현장에 대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용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 공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산은 앞서 유동성 우려에 대비해 최근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유자산 토지 등을 담보해 이달에만 8천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기존에 수주한 사업도 시공권 박탈 요구가 줄이을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이미 광주 운암, 광명 11구역 등 일부 현산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장에서는 시공과 브랜드 사용 배제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최근에 수주해 정식 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관양 현대, 월계 동신 재건축 단지 등도 이번 영업정지를 이유로 시공사 교체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현산이 등록 말소 처분까지 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현산에 따르면 현산의 임직원은 현재 1천660명에 달하며, 협력업체는 1천여곳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만약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산에 대한 '등록말소'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됨에 따라 당장 1천6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수만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연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등록 말소 땐 HDC그룹 생존도 위태
현산이 앞으로 등록말소 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현재 건설업은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다시 새 이름으로 건설업 등록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신뢰성 저하와 여론 악화로 당장은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새로운 이름으로 면허 등록을 하더라도 과거 현산이 보유한 공사 실적은 모두 사라져 공공공사 참여가 힘들어지는 등 사세 위축이 불가피하다.
만약 현산이 더이상 건설업 영위를 못 하는 상황이 되면 HDC그룹 전체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HDC그룹은 현재 현산을 비롯해 상장사 4곳, 비상장사 27곳 등 총 31개사에서 1만여명의 임직원이 종사하고 있지만 현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해 HDC그룹의 전체 매출액 5조2천억원 가운데 현산의 매출이 70%(3조6천5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HDC는 '캐시카우'인 현산이 어려워지면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징계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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