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주식재산 수십억대 '왕개미' 공직자 여럿
테슬라 2천여주 '큰손'도…일부 비상장주식 주주 수백억대 보유
'바이오 개미' 오세훈 부부, 신라젠·HLB 등 투자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올해 정기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중에는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주식 부자'도 많다.
특히 테슬라나 엔비디아 등 주가 상승세가 뚜렷했던 미국 주식에 많이 투자했거나, 비상장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 '왕개미' 재산, 서학개미 늘고 동학개미 줄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관보에 공개한 2022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차상훈 보건복지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본인과 배우자 주식 재산으로 총 50억2천900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차 이사장 본인 명의 상장 주식 평가액만 47억8천287만원에 이른다.
그는 테슬라 2천182주를 비롯해 엔비디아 2천693주, 마이크로소프트 489주, 애플 576주, 아마존 22주, 삼성전자우 2천주, 맥쿼리인프라 5천478주 등 국내외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두루 보유했다.
특히 테슬라 주식 평가액은 작년 말 종가(1,056.78달러) 기준 약 28억원으로 그의 주식 재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차 이사장의 상장 주식 재산은 전년 29억8천236만원에서 1년 새 18억원가량 늘었다. 그는 변동 사유를 "직무 관련 상품 매각 및 랩 상품 운용 결과"라고 밝혔다.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엔비디아 5천570주, 19억7천931만원을 본인 명의 주식 재산으로 신고했다. 전년의 16억6천500만원 대비 3억1천여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차 실장은 2006년부터 엔비디아에서 근무하며 한국지사 반도체솔루션 마케팅 상무를 지냈으며 2019년 중기부에 민간 전문가로 영입됐다.
반면 국내 주식 보유 금액이 큰 '동학개미' 공직자는 대체로 재산이 감소했다.
임미란 광주광역시의원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증권이 상장·비상장 주식과 금융채 등 총 27억1천423만원 규모다.
임 의원 배우자는 상장 주식 24억9천188만원어치를 보유했다. 보유 종목은 LG디스플레이 3만7천2주, 셀트리온 4천40주, 셀트리온제약 6천242주, 셀트리온헬스케어 16주, 오상자이엘 534주다.
그러나 주식의 단가 하락으로 임 의원 배우자의 상장 주식 재산은 작년 신고액 46억7천477만원의 약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철수 전라북도의원은 본인의 국내 상장 주식 재산으로만 20억8천983만원을 신고했다. 주요 보유 종목은 SK하이닉스 3천259주, SK바이오사이언스 781주, 대한항공 3천주, 카카오 937주, 신풍제약 3천781주 등이다.
다만 주가 하락과 매도 등으로 전체 상장 주식 재산은 전년의 24억5천975만원보다 약 3억7천만원 감소했다.
◇ 비상장주식 주주, 수백억대 주식 부자
주식 평가액 규모가 큰 공직자들은 주식 재산에서 비상장주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강섭 법제처장은 본인, 배우자, 차녀 명의 상장·비상장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증권 재산으로 257억4천677만원을 신고했다.
이 처장 본인은 한건(1만4천주)과 한겨레신문(200주)의 비상장주식 총 99억9천46만원어치를 갖고 있었다. 평가액은 전년 7억7천450만원에서 92억원 이상 불어났다.
배우자가 보유한 한건(1만5천주), 씨앤팜(128주), 올바이오텍(16주) 등 비상장주식 재산도 1년 새 9억3천14만원에서 121억3천903만원으로 112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관해 이 처장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주식의 수량 변동은 없으나 해당 법인의 당기순이익 증가로 평가액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제처장이 신고한 증권 평가액을 포함한 재산 총액은 총 350억6천768만원으로 재산공개 대상 전체 공직자 1천978명 중 1위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본인, 배우자, 차남 명의 상장 및 비상장 주식 재산으로 총 130억3천238만원을 신고했다.
임 회장은 본인이 세운 회사인 대진어업과 미광냉동 주식을 각각 2만5천주, 1만7천500주 보유했다. 이는 총 83억1천832만원 규모다.
그의 배우자와 차남도 대진어업과 미광냉동 등 가족 회사 비상장주식 보유 평가액으로 각각 25억3천698만원, 16억9천56만원을 신고했다.
또 임 회장은 상장 주식인 삼성중공업 보통주도 본인 명의로 3억4천20만원어치(6만주) 보유했다.
◇ '바이오 개미'·'주식 백화점'…자녀 학습용 소액 투자도
광역자치단체장 중 재산 총액이 59억226만원으로 1위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 상장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평가액 11억9천982만원을 신고했다.
오 시장 부부가 보유한 주식 종목을 보면 전형적인 '바이오 개미' 모습이다.
오 시장 본인이 HLB 1만162주, 신라젠 257주, 셀트리온 2주 등 3억5천807만원어치를 보유했다. 그의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은 HLB 1만2천772주, HLB생명과학 1천920주, 신라젠 1천800주 등 5억1천155만원어치다.
바이오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오 시장 부부 보유 증권 평가액도 전년의 14억3천263만원 대비 2억3천여만원 줄었다.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인 신라젠에 묶인 오 시장 부부의 주식은 거래 정지 전 가격을 기준으로 총 2천489만원 규모다.
한 해 동안 매매한 주식 종목만 100개가 넘는 '주식 백화점' 투자자들도 있다.
가족 주식 재산으로 총 13억7천608만원을 신고한 김수갑 충북대 총장의 배우자는 관보에 기재한 국내외 매매 종목만 109개다.
주요 보유 종목은 SFA반도체 2천700주, 금풍과기 2천500주, 비야디 1천주, 상하이포순의약 1천900주, 알서포트 9천582주, 엘비세미콘 1천320주, 유비케어 2천170주, 아마존 7주 등이다.
김 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액은 전년 11억6천636만원에서 12억2천228만원으로 5천917만원 늘었다.
액수는 크지 않아도 자녀 경제학습을 위해 주식을 매입한 공직자도 있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의원은 장남 명의 상장주식 재산으로 19만7천원을 신고했다.
보유한 주식은 AMD 0.0164주, 골드만삭스 0.002주, 넷플릭스 0.0162주, 애플 0.1652주, 뱅가드 S&P 500 ETF 0.0021주 등 소수점 단위가 대부분이다.
김 의원은 "경제학습을 위해 장남이 27종 소액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윤선희 김아람 박원희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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