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 밀어내고 스리랑카서 '전략 풍력단지' 건설키로(종합)
전문가 "영향력 확대 경쟁서 승리"…중국, 프로젝트 무산에 불만
스리랑카는 최악 경제난…석유·종이·의약품 부족 이어 '하루 단전 10시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경제난을 겪는 이웃 나라 스리랑카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전략 거점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에 인도가 남아시아 영향력 확대 경쟁에서 중국에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와 스리랑카는 전날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스리랑카 북부 섬 3곳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 팔크 해협 나인나티부 섬 등에 지어질 이 단지는 애초 중국이 2019년부터 추진하던 프로젝트였다.
중국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을 동원해 1천200만달러(약 145억원)를 들여 이 단지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단지가 인도 해변과 지나치게 가까워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인도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12월 해당 안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러자 인도가 ADB 대신 자금을 조달,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리랑카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린 오크케르스즈는 AP통신에 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에 상당히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치전훙 스리랑카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된 점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이번 일은 해외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는 지난 17일 스리랑카에 신용 한도(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 확대를 통해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를 긴급 지원했다.
인도는 지난 1월에도 5억달러(약 6천억원)의 신용 한도 제공, 4억달러(약 4천800억원)의 통화 스와프 계약 등을 통해 스리랑카를 지원한 바 있다.
중국도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지원안을 검토하는 등 양국은 스리랑카 지원에서도 경쟁하는 양상이다.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던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스리랑카의 올해 총부채 상환 예정액은 70억 달러(8조5천억원)이지만, 외화보유액은 20억 달러(2조4천억원)에 불과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민생의 경우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정부가 외화 부족으로 인해 석유를 구해오지 못하면서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달 초 기름 공급이 정상화되고 단전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날부터 일부 지역의 순환 단전 시간이 하루 최대 10시간으로 늘어났다.
연료가 모자라 일부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가뭄으로 인해 수력발전소까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해 전력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우다야 감만필라 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말 최근 상황에 대해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종이 부족으로 학교 시험이 연기되고 일부 병원에서는 필수 의약품마저 동이 나는 상황을 맞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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